[현대 파문]"수습책 늦으면 시장쇼크 장기화 가능성"

  • 입력 2000년 5월 26일 23시 53분


“현대그룹이 겨우 회생하던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 안정기미를 보이던 주가 금리 환율 등 3대 가격지표가 현대쇼크로 다시 요동을 치자 시장관계자들은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더구나 주가가 전날 폭등세에 이어 이날도 오를 경우 ‘바닥 확인’의 가능성이 높았던 터라 더욱 충격이 컸다.

증시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일시적인 자금난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거의 없더라도 진정돼가던 시장에 커다란 불안감을 던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속성상 심리적인 요인이 가격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속한 수습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우선 주식시장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간신히 누그러뜨린 상황에서 현대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한 점이 부담스럽다. 주초에는 지수 전저점(650선)의 지지력을 확인하는 시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증시 월요場 걱정된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주말에 현대문제에 대한 수습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월요일장은 큰폭 하락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악재가 노출된 만큼 쉬쉬하기보다는 신속하고 투명한 수습책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채권거래 중단 가능성▼

자금시장 역시 현대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진 채권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전망. 투신사조차 채권을 사들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은행이 중견그룹의 부도설이 난무하고 있는 채권시장에 ‘용기있게’ 뛰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팀장은 “삼성 LG SK그룹 계열사 이외에는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시장에선 거의 소화가 안된다”며 “내달부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물량이 속속 돌아오는데 매수세는 갈수록 고갈돼 금리 상승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환율 상승도 무시 못할 걱정거리. 외환은행 딜러는 “현대문제가 터진 26일 장중 내내 ‘팔자’물량은 거의 없고 매수세력만 있어 원-달러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금융시장이 계속 불안할 경우 달러당 1150원대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유일한’ 매수세력인 외국인들의 주식시장 이탈을 초래, 주가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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