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제를 바라보는 해외 언론과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장부상 부실 뿐만 아니라 감춰진 부실까지 있는 그대로 공개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충고한다. 그래도 시장이 믿어주지 않을 때는 한계 계열사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수순을 밟아야한다는 것.
▽불신이 가장 큰 문제〓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정부는 현대의 문제를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현대가 기아자동차와 LG반도체를 인수할 때부터 재무상태에 비해 지나치게 ‘흥청거린다’는 인상을 심어왔다는 것.
경제전문 통신인 블룸버그뉴스는 “현대의 재무구조에 의심이 들어 지난해말 현대 관련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는 한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의 말을 인용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어 보고있는 국내 제2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현대를 버렸다’는 점은 현대가 신뢰를 잃을만큼 잃어버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과감히 공개하고 경영진이 책임져야〓전문가들은 “부실을 은폐하고 유동성 위기를 땜질하는데 그친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현대와 정부, 국민 모두가 커다란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정말 자금 문제가 없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한다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흑자도산의 위기로 몰아넣은 정씨 일가가 당연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도 “정주영명예회장이 아직도 그룹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영진에 대한 신뢰회복은 힘들다”고 지적했다.
▽해외 여건이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국내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정부는 해외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미국증시 악화 등 국내 자금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최근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것.
또 IMM에셋매니저먼트 이영목이사는 이와 관련, “지금은 ‘비상시국’이므로 정부, 현대, 채권단은 ‘핫라인’을 개설해놓고 단계적인 조치에 따른 시장의 반응에 따라 신속히 새로운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동근·이철용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