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가 이같은 단기 재원마련대책과 별도로 비핵심계열사와 사업부문 매각을 현대측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협상시한인 31일까지 막바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김경림(金璟林)행장은 이날 오전 김재수 현대구조조정본부장 김윤규 현대건설사장 등과 협상을 가진 뒤 “현대측이 31일 주식처분각서를 포함해 시장이 신뢰할 만한 구체적이고 성실한 자구대책 및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행장은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주식 3400억원어치를 시장에 매각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매각도 어려워 유동성 확보방안의 환금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현대측도 처분대상주식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건설이 보유 중인 3400억원의 유가증권은 현대그룹이 28일 오후 발표한 3조3400억원의 유동성 확보계획의 일부로서 외환은행측은 “건설의 단기유동성 확보방안과는 별도로 계열분리와 기존에 약속한 계열사 매각 및 투자축소 등 중장기 유동성확보대책 방안도 31일 자구책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그룹은 비핵심 사업부문을 과감히 매각, 건설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시장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위원장은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현대건설이 유동성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 “비상장 계열사 등 불필요한 사업부문과 자산을 팔아 우량사업으로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위원장의 발언은 현대와 외환은행간에 잠정합의한 유동성 확보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돼 현대측의 막판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위원장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및 측근 경영진 퇴임문제와 관련, “전적으로 현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혀 현대의 신뢰회복을 위한 가시적 조치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배제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27일 일본으로 출국했던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은 30일 예정보다 7시간 빠른 오후1시30분 일본항공 편으로 귀국했다. 정몽헌회장은 일본에 체류하면서 계열사 지분매각 문제를 일본업체들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래정·박현진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