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이사회는 1일 임시회의를 열어 그룹구조조정본부가 정주영명예회장 명의로 보낸 정몽구회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고 재신임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3부자 동반퇴진은 정몽구 회장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는 불가능해졌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가 끝난 뒤 “시급한 자동차 부문 계열분리와 해외유수 메이커와의 전략적 제휴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이사회와 경영진의 뜻에 따라 경영성과를 평가받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퇴진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금명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해 현대와의 관계를 조기에 정리하고 현대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로 했다. 현대 사태가 부자 및 형제 간의 내분으로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채권은행들은 사태의 진전을 예의주시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여신지원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최악의 경우 자금시장에 큰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구조조정본부는 이에 앞서 5월31일 정주영 명예회장명의로 현대자동차 이사회에 공한을 보내 정몽구 회장의 해임을 의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사회는 그러나 정회장의 정확한의사가 확인되지 않은데다 동반퇴진 결정자체가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들을 내세워 거부했다.
이날 이사회는 이계안(李啓安)현대자동차 대표이사의 소집으로 열렸으며 김광년(金光年) 변호사와 김동기(金東基)고려대교수 박병일(朴炳一)신일세무사무소장 등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8명의 이사 가운데 정 회장과 미쓰비시 상사 이사를 제외한 6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은 1일 오전 이영일(李榮一)그룹 PR사업본부장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따라 현대건설 및 전자대표이사 직위와 현대종합상사 엘리베이터 정보기술 자동차 이사직을 사퇴하고 현대아산의 이사직만 유지하며 남북경협관련 사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몽헌 회장은 금명간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등기말소 등 소정의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계동사옥 12층 회장실도 정리할 방침이다. 현대측은 “정주영명예회장은 1일 하루종일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칩거했으며 현대자동차 이사회의 결과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병기·구자룡·홍석민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