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내분 혼미 거듭…車이사회 정몽구회장 재신임결의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퇴진’을 정몽구(鄭夢九)자동차회장이 정면 거부한데 이어 현대자동차 이사회가 정몽구회장을 재신임하고 나서 수습기미를 보이던 현대사태가 새국면을 맞았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1일 임시회의를 열어 그룹구조조정본부가 정주영명예회장 명의로 보낸 정몽구회장 해임 요구를 거부하고 재신임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3부자 동반퇴진은 정몽구 회장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는 불가능해졌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오전 이사회가 끝난 뒤 “시급한 자동차 부문 계열분리와 해외유수 메이커와의 전략적 제휴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이사회와 경영진의 뜻에 따라 경영성과를 평가받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퇴진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금명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해 현대와의 관계를 조기에 정리하고 현대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로 했다. 현대 사태가 부자 및 형제 간의 내분으로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채권은행들은 사태의 진전을 예의주시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여신지원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최악의 경우 자금시장에 큰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구조조정본부는 이에 앞서 5월31일 정주영 명예회장명의로 현대자동차 이사회에 공한을 보내 정몽구 회장의 해임을 의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사회는 그러나 정회장의 정확한의사가 확인되지 않은데다 동반퇴진 결정자체가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들을 내세워 거부했다.

이날 이사회는 이계안(李啓安)현대자동차 대표이사의 소집으로 열렸으며 김광년(金光年) 변호사와 김동기(金東基)고려대교수 박병일(朴炳一)신일세무사무소장 등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8명의 이사 가운데 정 회장과 미쓰비시 상사 이사를 제외한 6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은 1일 오전 이영일(李榮一)그룹 PR사업본부장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따라 현대건설 및 전자대표이사 직위와 현대종합상사 엘리베이터 정보기술 자동차 이사직을 사퇴하고 현대아산의 이사직만 유지하며 남북경협관련 사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몽헌 회장은 금명간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등기말소 등 소정의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계동사옥 12층 회장실도 정리할 방침이다. 현대측은 “정주영명예회장은 1일 하루종일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칩거했으며 현대자동차 이사회의 결과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병기·구자룡·홍석민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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