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중최저"…회사채 9.77% 국고채 8.75%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04분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회사채 및 국고채 금리의 하락은 한정된 우량채권에 사자는 세력이 급격히 몰리고 있기 때문. 그러나 회사채의 경우 삼성 LG SK그룹 등 ‘A등급’회사채를 제외하고는 금리를 아무리 높게 불러도 매수자가 없어 회사채금리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3년만기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는 각각 9.77%와 8.75%로 전날에 비해 각각 0.06∼0.07%포인트씩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전날인 1일에도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바 있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한은은 이날 금리상승을 부추길 것을 우려해 그동안 발행을 자제해왔던 통안증권의 입찰을 3000억원어치 실시했으나 금리 하락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한화증권 채권팀의 최현철(崔炫喆)차장은 “주초에 재경부에서 채권딜러들을 상대로 올해 국채발행물량을 줄이겠다고 설명한 이후 기관들이 국고채와 통안증권 등 안전한 채권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수급이 모든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의 격언대로 잠재된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수급상황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 특히 회사채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가 끊긴 채 국고채 금리에 연동돼 덩달아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채권팀의 최창진(崔彰珍)과장은 “현재 회사채금리는 신용등급 A급 채권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있지 않다”며 “새한사태 이후 투자적격인 ‘BBB’등급의 회사채마저 소화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간 0.25%였던 금리차가 더욱 확대돼 0.5∼1.0%로 벌어졌으며 최근 회사채발행을 시도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은 이 금리로도 인수기관을 찾지 못해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 대출쪽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2차 금융구조조정에 발목이 잡힌 은행이 여신심사를 강화하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은행쪽에 대출과 회사채 인수를 독려하고 있으나 “이미 대우 회사채로 단단히 혼쭐난 은행으로서는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쉽게 회사채 인수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한국은행 김한성(金韓成)조사역은 “투신권과 은행 신탁 등 회사채 매수기반 능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금리양극화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불확실성도 아울러 함께 제거돼야 채권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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