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풍 프리코스닥 투자에 40조원〓제조업체로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까닭은 성장주 열풍으로 전통 제조주의 위신이 크게 추락했기 때문. 대신에 벤처활성화 정책으로 한몫 잡기 위한 시중 부동자금들이 코스닥등록 이전 벤처기업에 집중투자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코스닥등록 이전의 ‘프리(Pre)코스닥’ 기업에 몰린 돈만도 4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한 창업투자회사 사장은 “통상 벤처캐피털회사들이 프리코스닥에 투자했지만 벤처열풍이 불면서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의 펀드자금이 몰려들었고 심지어 벤처회사가 또 다른 벤처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밝혔다. 여기다 개인투자자들까지 엔젤(angel)투자에 가세, 액면가격의 몇배나 되는 가격으로 주식을 사는 ‘벤처투기’가 성행한다는 것. 반면 거래소에 상장된 전통 제조업체들은 일부 신용도가 우량한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곤 아예 자금줄이 막히다시피한 실정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한 사례는 49건에 3조8650억원에 그쳤다. 코스닥에서는 4월까지 유상증자와 공모실적이 73건에 2조5622억원에 달해 시장체력에 비해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외면당한 반면 코스닥에는 자금이 많이 몰렸다.
▽공모주 열풍 대기자금만 5조원〓거래소의 경우 신규상장이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반면 코스닥 공모주 투자열풍은 다소 시들하지만 아직도 줄을 잇고 있다. 코스닥에 새로 등록하는 ‘닷컴’주식과 ‘바이오(생명공학)’주 등 신생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코스닥 등록을 시도하고 나선 것.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코스닥팀장은 “코스닥 신규등록 주식만 노리는 공모주 자금이 5조원 남짓하다”며 “이 자금은 기존에 상장된 주식이나 등록주식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공모주식만 겨냥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처기업들은 자금이 많이 넘치자 기술개발보다는 부동산투자, 또 다른 벤처회사 투자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견 제조업은 자금난 심화〓이에 비해 중후장대한 중견 제조업은 돈이 모자라 혹독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그룹 부도에다 새한그룹 워크아웃, 현대그룹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기관들이 자금줄을 죄고 있는 것. 실제로 채권시장에서는 우량한 3대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회사채 신규발행이나 차환발행이 어려워 당장 6,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상환하기가 쉽지 않다. 장순영(張舜榮)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닷컴주 열풍에다 정부의 벤처활성화 정책이 가세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견제조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