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 부장검사)는 5일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국회의원 등 100여명의 후보자들에게 10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뿌린 사건과 관련해 고회장과 동아건설 법인, 후보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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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고회장과 함께 정치자금 제공문제에 관해 협의하거나 고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건네라는 지시를 받은 동아건설 이창복(李彰馥)사장과 유영철(劉永哲)고문, 대한통운 곽영욱(郭泳旭)사장 등 4명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동아건설이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7억∼8억원의 정치자금을 뿌렸다는 첩보가 있어 은밀히 알아보고 있었다”며 “이 첩보중 상당부분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아건설이 건넨 정치자금 규모는 1인당 수백만∼1000만원 규모로 보이지만 2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회장이 직접 작성한 후보자 명단을 이미 입수했다”며 “이 명단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작성됐는지 등을 우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고위관계자도 “동아건설의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불법적인 정치자금 제공에 관한 첩보가 입수됐다”며 “서울지검에서 확인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동아건설이 후보자들에게 건넨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일단 동아건설이 협력업체에 공사 하도급을 주면서 일정 금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 비자금을 후보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동아건설은 국민의 세금을 축내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데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직원들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처럼 회사형편이 어려운데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린 행위는 법적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동아건설측이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 규모를 어겨 후보자들에게 돈을 준 사실이 확인되면 고회장 등 동아건설 관계자들과 관련 정치인들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97년 11월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법인(회사)은 연간 2억5000만원 한도에서 반드시 영수증을 주고받으며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위반해 정치자금을 제공하거나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있다.
검찰은 500만원 이하의 소액 정치자금은 영수증 처리를 하고 그 이상의 거액에 대해서는 돈을 주거나 받은 측 모두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동아건설 임직원들이 불법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들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