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회장은 5일 로비의 파문을 축소하는 데에 급급할 뿐 이 같은 의문에 전혀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고회장 퇴진운동’이 본격화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동아건설 고위간부들의 입을 통해 로비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로비 배경〓크게 두 갈래로 관측된다. 우선 올해 초부터 노조로부터 퇴진을 요구받던 고회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보험금’을 건넸다는 분석.
고회장은 노사협상 과정에서 복지금과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번복하는 바람에 노조로부터 퇴진압력을 받았다. 또 4월말부터는 이창복(李彰馥)사장을 비롯한 임원과 간부사원들마저 노조의 퇴진운동에 동참, 현재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노조로부터 수주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항의를 자주 받던 고회장이 건설수주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선거자금을 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로비자금 출처〓로비자금의 주요출처는 14개 계열사의 매각과정에서 받은 리베이트라는 게 정설. 동아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회장은 이 과정에서 20억원 가량을 조달했고 회사 내부에서 3억원을 조달했다는 것.
특히 1000억원 가량이 투입된 서원레저는 98년11월 불과 7억5000만원에 팔렸다. 물론 매수자 박모씨 등이 채무 460억여원을 떠안는 조건이었지만 박씨 등은 이를 6개월만에 K스틸에 양도하며 37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또 K스틸은 몇 달 안돼 이를 D종합건설에 넘기며 15억여원을 챙겼다는 것. 따라서 당초 박씨를 소개한 고회장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1865억원을 주고 사들인 서울 등촌동 국군통합병원 부지를 자체 개발하자는 사내 의견을 무시하고 H산업개발에 넘긴 것도 의혹. 당초 국방부에 지급했던 계약금 186억5000만원을 떼였고 H개발은 현재 이 부지에 2000억원이 넘는 아파트공사를 벌이고 있어 막대한 차익이 예상된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