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이오칩개발 벤처기업인 마크로젠을 코스닥에 상장시킨 한국기술투자는 두 달전 LG화학 신사업기획실에서 일하던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의 박문환씨(40)를 영입해 생명공학팀장으로 기용했다. 박팀장이 맡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공학과나 분자생물학 등을 전공한 외부 인력을 선별해 회사로 스카웃하는 것.
정보통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높은 실적을 올렸던 KTB도 최근 연세대 생명공학과 석사 출신 2명을 채용해 서울과 대전에 각각 배치했다.
지금까지 투자와 금융 직종에 거의 진출하지 않았던 생명공학 화학공학 등 이공계 출신들이 최근 잇따라 창업투자사(벤처캐피탈)로 들어가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정보기술(IT)과 함께 ‘21세기형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데 따른 현상이다.
바이오벤처업계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이같이 창투사로 옮겨 직업을 바꾼 이공계 출신들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20명, 전국적으로 50여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수요가 더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기술투자측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묻지마 투자’로 일관했던 증권사들도 바이오벤처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들을 물색하는 바람에 인재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이 창투사에서 하는 일은 신생벤처기업의 사업분석 및 투자상담, 인큐베이팅, 현장조사, 비즈니스모델 창출 등 다양하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석사 출신인 KTB 화학생명팀의 신봉수씨(30)는 “종전의 인맥 등 입사이전의 경험으로 회사의 투자결정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들의 벤처캐피탈 진출에 대해 업계는 당연하다는 반응. 와이즈네일 인베스트먼트 김기호 부사장은 “유망 바이오벤처가 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한 선진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향후 5년간 이들의 비중과 역할은 국 내외 구분 없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기술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지만 금융과 투자 업무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현대기술투자 정태흠 생명공학팀장은 “신입 사원들에게 회계와 금융 이론을 배우라고 권고하는 한편 선진 금융을 전수시키기 위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