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로비파문]검찰 "수사시기-수위는?"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동아건설의 총선 정치자금 살포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관련자 소환 등 본격수사를 앞두고 수사시기와 수위 등을 놓고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

▼일단 정상회담후로 연기▼

서울지검이 이 사건에 대한 수사착수를 공식 발표한 것은 5일 오후 3시.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는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는 다음주 중반 이후로 미룬다는 단서가 붙여진 채였다.

이승구(李承玖)특수1부장검사는 기자들에게 “이미 첩보를 입수해 5월초부터 내사를 진행해 왔다”며 “동아건설 관계자 여러명을 접촉한 결과 첩보가 상당부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부장의 내사사실 확인은 3시간 뒤인 오후 6시 직속 상관이자 이부장의 수사발표장에 동석했던 임양운(林梁云)3차장검사에 의해 ‘축소’됐다. 임차장은 직접 손으로 쓴 비공식 보도자료 1장을 기자실에 보내 “검찰은 정보수집 차원에서 한두 가지 확인한 것일 뿐 내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임차장은 이어 6일에는 “수사는 이달 중순경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관련자 소환뿐만 아니라 자료검토 등 어떤 조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변화는 5일 오후 늦게 열린 서울지검 수뇌부 회의에 이어 나온 것.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대검과 서울지검에서는 서로 엇갈린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사건이 될지는 조사해 봐야 안다”며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사안 자체가 정치권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 수뇌부로서는 가능한 한 남북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파장을 최대한 줄이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받은 정치인 많아 곤혹▼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경우 과연 ‘성역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지가 무엇보다 관심거리다. 본보가 입수한 동아건설 정치자금 수수자 명단에는 야당 정치인이 많이 포함돼 있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내로라’ 하는 중진급 이상 정치인도 상당수 들어있다. 따라서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검찰이 공격을 당할 위험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또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은 한도를 초과하지 않은 경우 한해 동안 받은 정치자금을 다음해 2월까지 영수증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결국 검찰수사의 향방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는 14일 이후 검찰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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