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인재붙들기 백태]리스트 만들어 특별관리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57분


삼성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A대리(31)는 매달 월급날이면 팀장으로부터 봉급 외에 30만원의 ‘웃돈’을 받는다. 뛰어난 기획 능력과 아이디어로 인사고과에서 늘 최고등급인 ‘S’를 받아왔기 때문에 동료 직원들 모르게 회사측으로부터 특별 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것.

A씨처럼 회사로부터 ‘웃돈’을 받는 직원은 10여명. 회사측은 지난해부터 핵심 관리대상 엘리트 사원 리스트를 만들어 특별 수당을 지급하면서 핵심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벤처 열풍을 타고 사원들의 벤처행이 잇따르자 갖가지 묘안을 짜내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핵심인력에 대해서는 특별관리를 더욱 강화한 것.

이에 따라 엘리트 사원들에게 ‘가욋돈’을 지급하는 방법 외에 파격적인 개인 포상제도, 해외연수, 개인희망에 따른 경력 관리 등 갖가지 ‘당근 정책’이 등장하는 추세다. 특히 핵심인력에 대한 집중 관리는 연구 기술부문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직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핵심 기술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기술위원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술적인 성과가 있는 경우 수시로 기술위원회를 열어 포상금을 지급하자는 취지에서이다. 지난해 반도체 공정관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박모주임(29)은 기술위원회를 통해 2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또 외환위기 이후 없어졌던 경영학 석사(MBA) 연수과정도 부활시켜 희망자에게 연간 7000만원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은 우수한 인재를 ‘수펙스리더’ ‘수펙스챔피언’ ‘하이포텐셜풀(HIPO)’ 등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하이포텐셜풀로 지정된 사원들은 우선적으로 해외연수 등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희망 근무 부서를 결정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LG전자와 LG화학도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을 내부 추천과 인재육성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하이퍼포밍인디비주얼(HPI)’로 선정, 특별 관리한다. 회사측은 이들을 최고경영자(CEO)로 키우기 위해 우선적으로 각종 연수및 교육 기회를 주고 희망 근무 부서도 본인이 결정한다. 성과에 따라서는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신세계는 사내에 ‘유통 아카데미’를 개설, 엘리트 사원들에게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부서장의 추천을 받은 사원 중에서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은 회사측으로부터 액수의 제한 없이 각종 경비를 지원 받는다. 이밖에 LG그룹의 한 계열사는 특별관리 대상으로 선정된 엘리트 사원들에게 300%의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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