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6월중 콜금리를 현 수준인 연 5.0% 안팎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경기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총재는 “현대사태의 진정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이 기업 신용위험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여신에 소극적으로 나옴에 따라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통위는 또 이날 자료배포를 통해 구조조정이 지연돼 금융시장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의 여신이 위축되면서 직간접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신용도가 낮은 대기업의 경우 만기도래하는 CP 및 회사채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박철(朴哲)부총재보는 “다행히 물가가 안정돼 금리인상요인이 없지만 만약 금융시장이 혼란한 상태에서 인플레 조짐이 있다면 앞으로 통화정책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오기 전에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라는 것이 우리가 정책당국에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한 딜러는 “한은이 자금경색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금융지표만 보고 금융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점을 통화당국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