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파문 정치권 확산]"1억수수 사실일 것"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인 동아건설의 경영진이 ‘4·13’ 총선 직전 100여명의 여야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살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한 민주당 후보에게 1억원의 거액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8일 보도되자 정치권과 검찰, 동아건설 등 관련기관들은 벌집쑤신 듯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정치권 ○…민주당과 청와대는 동아일보 보도 직후 문제의 ‘K후보’에 대한 신원 파악에 나서 ‘혐의 대상’을 3명으로 압축하고 이들에게 직접 금품수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초긴장.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과 동향인 K씨에게 두차례나 물었지만, 출판기념회 때 고회장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있어도 1억원 건은 절대로 아니라고 하더라”며 “나머지 두명의 K씨도 완강하게 부인했다”고 설명.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1억원 수수는 후원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이나 정황으로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커 고심중”이라며 곤혹스러운 표정.

한편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동아건설 문제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내사를 했지만, 당시에는 그같은 거액 수수사실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

○…한나라당 내에선 여권이 ‘사정(司正)정국’으로 몰고 가려할지 모른다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등 여전히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 한 부총재는 “여권이 다른 의도를 갖고 명단을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다”고 음모론을 제기.

▽검찰 ○…검찰은 지난 며칠간 오락가락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이날 수사검사를 지정하는 등 ‘일보(步) 전진’하는 모습. 수사검사 지정은 수사착수를 공식화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수사검사가 지정되면 곧바로 수사보조 인력도 정해지는 게 관례이고, 따라서 언제든지 관련자를 소환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 셈.

검찰이 이처럼 ‘일보 전진’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내부에서는 “여권 K후보가 동아건설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마당에 수사를 전혀 안할 경우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동아건설 "내부제보자 찾아내라" 초비상▼

○…이날 동아건설 내부에서는 ‘내부 제보자’ 색출소동이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회사 임원들은 서로 의심하거나 경계하는 눈빛을 감추지 않았고 직원들을 상대로 기자 접촉과 관련 내용의 발설 여부를 확인하는 등 부산한 모습. 특히 고위 임원들은 돈 전달에 직 간접으로 관련된 직원들을 집중 추궁. 이는 보도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돈 전달에 직 간접으로 연루된 관련자들의 제보 없이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내부 제보자가 누구냐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노조측도 마찬가지. 노조측은 이날 임 원들이 “노조가 제보한 것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자 ‘결백’을 입증하려는 듯 열심히 내부 제보자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

○…그러나 오전 내내 소동에도 불구하고 별 ‘성과’가 없자 오후부터는 회사 분위기도 “비리를 청산하고 새롭게 거듭나자는 차원에서 외부에 알렸을 내부 제보자를 찾아서 뭣하겠느냐”는 쪽으로 선회. 또 공연히 내부 제보자 색출 문제 때문에 서로를 의심할 경우 내부 분열만 야기된다는 주장도 대두.

특히 6일 내한한 리비아 대수로청 차관과 대수로 3단계 2차공사 수주 등을 협의 중인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일치단결하지 않을 경우 수주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는 듯한 분위기. 장원윤(張元允)노조위원장은 “고회장의 비리는 철저히 응징해야 하나 이 사건이 동아건설의 채무재조정 지연이나 수주 감소로 이어져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언급.

<윤승모·이수형·하종대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