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금-제주銀]'업종 벽'허물어 위기 탈출

  • 입력 2000년 6월 8일 23시 45분


종금업계에서 그나마 사정이 좋은 중앙종금과 제주은행의 합병 발표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놓인 종금업계와 지방은행의 구조조정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앞으로 업종을 넘나드는 금융기관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날 것을 예고한다. 전혀 업종이 다른 두 금융기관이 손을 잡았다는 점과 김석기(金石基)중앙종금사장이 합병 이후 추가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그렇다.

중앙종금은 당초 종금사로 남아 지점 증설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종금업 발전방안의 내용과 달리 사업 확장이 어렵게 되자 합병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또 3월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71%에 불과해 자칫 퇴출 위기에 몰려 있는 제주은행으로서도 중앙종금과의 합병은 어쩔 수 없었던 선택. 무엇보다 종금업계와 지방은행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2차 구조조정을 앞서 준비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BIS 비율은 중앙종금이 11.01%, 제주은행이 6.71%로 단순 합산할 경우 9.86%가 되나 후순위채발행한 부분이 추가로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합병 후 BIS 비율이 12.9%로 높아져 자본수지개선 효과도 큰 편이다. 합병사의 자산 규모는 4조2791억원.

이번 합병은 형식상으론 대등 합병이지만 중앙종금의 대주주(동국제강)가 합병 후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됨에 따라 사실상 중앙종금이 제주은행을 인수한 셈이 됐다.

김석기 중앙종금사장은 “사실상 은행업으로 진출하는 것”이라며 “30여개 제주은행 지점망을 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종금상품을 일반금융고객에게 판매할 계획이며 기업인수합병, 유가증권인수, 벤처투자 등 국내 최초의 투자은행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중홍(康重泓)제주은행장은 “이번 합병으로 10년간 종금사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며 “합병 후 사명에 대해서 추가 검토할 계획이며 이달 말까지 합병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종금의 대표이사인 김석기씨가 대주주이자 이사로 등재된 코리아캐피털㈜(대표 조태준)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 사이 3차례에 걸쳐 중앙종금 지분 79만1220주를 매입했다고 7일 금감원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코리아캐피털의 중앙종금 지분은 8.37%에서 9.62%로 늘어났으며 지분을 사들인 지 10여일 만인 8일 중앙종금은 제주은행과의 합병 추진 사실을 발표했다. 중앙종금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1450원에서 8일 1865원까지 올랐으며 코리아캐피털의 평가차익은 3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김석기사장 내부자거래여부 조사▼

김석기사장은 코리아캐피털 자본 10억원(전환사채 등 제외) 중 8억원을 출자한 최대 주주다.

코리아캐피털측은 “종금업계 침체로 주가가 폭락해 2대 주주로서 주식을 매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금감위측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에 나섰다.

<박현진·이나연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