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北 외자 145억달러 조달 가능"

  • 입력 2000년 6월 14일 18시 41분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에 가입할 경우 북한경제 재건 자금으로 최대 45억달러 가량을 끌어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차관공여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금융기구가 북한의 가입을 전제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27억∼45억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은 베트남 등 북한과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이 국제기구 가입을 전후해 지원 받은 전례를 참작해 산출한 것.

한은 보고서는 정부가 남북경협의 본격화에 앞서 북한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은은 북한의 국가특성을 △빈곤국가 △잠재적 체제전환국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로 설정, 해당 국제금융기구의 재원과 지원 관행 등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 가능액을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북한과 일본과의 수교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50억∼100억달러를 합하면 북한이 경제재건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100억달러가 넘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적지 않은 규모지만 문제는 실제 지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점.

김주현 한은 북한경제팀장은 “국제금융기구의 차관은 통상 가입 후 5년 이상 지나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며 “그나마 이 정도 금액도 북한 경제를 재건하는데는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좀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빈약한 경제력을 감안할 때 상환조건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장형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경제재건용 자금은 국제사회의 무상지원이나 무상에 가까운 양허성 자금 위주로 조달돼야 한다”면서 “북한의 외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결책도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연구위원은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주요국가가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놓은 신탁기금을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와 병행해 북한에 대한 특별신탁기금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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