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분야 쟁탈전]日업체들 "한국 견제하라"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5분


‘반도체와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에서 한국 업체에 당한 쓰라린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한국업체들이 차세대 ‘노다지 산업’으로 선택해 집중 투자하고 있는 2차전지 분야에서 일본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2차전지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보통 전지와 달리 충전해 다시 쓸 수 있는 제품.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주로 쓰이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힌다. 2차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전지 시장 규모만도 올해 3조원에 이를 전망.

한국은 최근 수년간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와 LG화학이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2차전지 양산을 시작했으며 삼성SDI와 SKC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초 각각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LG화학은 올해초 대만 갤럽와이어사와 1억1500만달러 규모의 2차전지 수출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계 2차전지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기술이전 거부 △가격 인하 △증산 등을 통해 한국 업체들의 도전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양산 이후 일본업체들은 2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는데도 값을 내려 현재 개당 가격은 지난해말보다 10% 이상 떨어진 상태.

최근에는 생산량까지 크게 늘려 한국업체들이 수요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대업체인 산요는 월 생산량을 1000만개에서 1500만개, 마쓰시타는 900만개에서 1000만개, 도시바는 800만개에서 1000만개로 각각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업체들은 D램 메모리 반도체와 TFT-LCD 분야에서 한국에 기술을 이전한 뒤 한국업체들의 과감한 투자로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뺏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황금시장인 2차전지 시장에서는 기술이전 거부와 가격인하 등을 통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본이 물량공세로 한국업체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국내기술이 일본에 뒤지지 않고 국내에도 안정된 수요처가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2005년에는 세계 2차전지 시장의 30% 이상을 국내업체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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