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경제전망 잇따라 '빨간불'…韓銀-상의 BSI전망 추락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1분


하반기 경기상승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주요 경제단체와 연구기관, 민간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 위축이 두드러진다.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금융불안과 유가상승 등 악재가 터져나온데다 소비성향 하락으로 내수위축마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출액 15억원 이상 289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3·4분기(7∼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10으로 전분기 전망치(125)보다 15포인트나 낮아졌다. 특히 출판 및 인쇄(88), 펄프 및 종이(92), 섬유(94) 등은 BSI가 100에도 미치지 못해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반면 컴퓨터 등 사무기기(150), 반도체 및 통신기기(130), 자동차(130) 등은 평균치보다 높아 호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99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3·4분기 BSI 전망치도 2·4분기(4∼6월)의 138보다 22포인트나 낮은 116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 BSI는 지난해 2·4분기(4∼6월)이후 5분기 연속 120 이상을 기록한 이후 1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110선으로 떨어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자금시장 경색 △유가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내수 위축 △구조조정 지연 등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직전 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 따라서 한은과 대한상의의 조사결과는 “기업의 경기상승 기대는 아직 계속되지만 최소한 상승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요약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발표한 ‘최근 금융 현안과 정책 제안’이라는 보고서에서 하반기 경기 활황세 둔화를 전망했다. 한경연은 이 자료에서 “작년 2·4분기 이후 활황세를 보이던 경기가 올해 1·4분기를 고비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하반기에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금융시장도 현대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점차 안정됐으나 회사채시장 위축과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시장 경색 등 불안요인이 잠재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6개월 후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5월 101.9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자 기대지수 하락은 소비를 줄이겠다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수 위축의 지표가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洪淳英) 수석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나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의 꾸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이런 불안감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 경제연구원 이근태(李根邰) 책임연구원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연초 예상보다 0.6∼0.7%포인트 낮은 6%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권순활·구자룡·박현진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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