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굴뚝산업’의 화두는 전통산업과 e비지니스와의 접목. 그렇지만 SK㈜의 변신은 너무 파격적이다. 원유를 수입, 정제해서 판매하는 정유회사에서 5년이내 종합 마케팅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것.
사실 원유수입이나 판매과정을 인터넷 사업화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SK㈜는 한국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는 ‘종합 마케팅 회사’라는 생소한 개념을 들고나왔다. 변화의 방향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이 회사가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를 꾀하는지는 몇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최태원(崔泰源)회장은 최근 각종 공식석상에서 “원유를 정제해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자기 회사 업종의 수명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공언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모습. 그만큼 절박한 인식을 사원들에게 불어넣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사장실에서 매달 임원들을 업무성과보다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체크할 정도.
이 회사의 본사직원 1200명중 신규사업팀에 200명이 파견돼있다. 돈을 벌어들이지도 못하고 구체적인 사업아이템이 정해진 것도 없는 부분에 엄청난 인력을 투입한 것. 현재 신규사업팀은 전 회사원이 제출한 3000가지 사업아이템중 사업성이 높은 것을 고르고 있다.
SK㈜의 변신방향은 세가지.
우선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이 회사의 엔크린 보너스카드 회원 700만명, 011가입자 1000만명, 017 가입자 300만명등 2000만명 회원의 데이터 베이스를 관리, 이들 회원에게 전자상거래를 통해 무엇이든지 팔 수 있는 마케팅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것.
SK㈜는 디지털시대에는 소비자의 요구를 먼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회원을 확보, 이들의 소비패턴만 정확히 알아내면 소비자에게 무엇이든지 팔 수 있는 종합마케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 회사는 1단계로 OK캐쉬백 서비스를 출범시켜 각 계열사의 회원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신규사업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인터넷사업에 진출. 석유판매는 물론 신규 및 중고자동차 판매 자동차 경정비 등 사업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신규사업팀의 첫 작품은 지난달 개설한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 엔카닷컴. 이 회사는 수십개의 벤처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투자한 벤처회사는 보안솔루션에서 바이오까지 다양하다.SK㈜는 이런 혁명적인 변화과정에 상당한 내부저항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38년간 지속된 주력업을 바꾸자니 반발은 당연하다.
최회장이 직접 매주 임원회의를 열어 변신의 필연을 강조하며 설득했고 최근에는 사원들과도 직접 대화를 가졌다. 최근에는 내부 변화에 만족하지 않고 외부인사 영입도 준비중이다. 김헌표 비전21팀 부장은 “자체 변신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아래 신규사업팀에 외부인사를 파격적으로 발탁해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는 변신이 성공하면 5년후 회사의 가치가 현재 3조원에서 1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 중간관리자는 이같은 변화와 관련 “회사가 주도하는 혁명적인 변화에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지만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기위해 달라져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