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금은 21일 “기획예산처 정지택 예산관리 국장을 제주은행 합병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하고 합병이 성사된 뒤 제주은행 현 경영진과 함께 합병은행의 경영을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국장은 예산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핵심요직인 경제정책국장 물망에 오르던 행시 17회 선두주자로 불려왔다.
김사장은 합병 이후에는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지만 합병은행의 해외영업 및 채권분야 등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서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금업계는 김사장이 사장 취임 후 적자를 내던 중앙종금을 흑자(2000년3월 822억원)로 돌려놓았지만 금융시장 위기를 겪으며 1년 만에 전격 퇴임의사를 밝히는 초강수를 두자 ‘중앙종금의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인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종금업계에서 경제부처 현직 국장을 영입해 경영을 맡긴 것이나 이달 8일 전격 발표한 제주은행과의 합병 결정도 금융기관간 ‘자율 합병’의 첫 사례로 ‘중앙종금발(發) 변화’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종금업계에선 “중앙종금의 흑자구조가 비상장주식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등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종금사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종금사 지원책이 발표된 20일 밤 벌어진 상황을 보면 종금업계의 장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사장은 20일 밤 강정원 서울은행장을 만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뒤 발을 동동굴러야 했다. 금감원이 한아름종금(예금보험공사) 앞으로 보낸 자금지원 공문을 제시하면서 “예금인출이 계속돼 하루가 급하다”며 설득했지만 거절당했다. “금감원에서 구두로만 협조요청을 받았을 뿐 문서를 통한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강행장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할 때) 중앙종금의 크레디트 라인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종금이 업계 2위로 흑자를 내고 있고 자금지원을 통해 ‘원금확보 가능성 및 높은 이자’가 보장되는 데도 종금업계의 상황이 결코 밝지 못하다는 뜻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