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7월1일 자금시장 안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1주일 가량이 자금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막판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다음달 1일 채권투자펀드의 채권 매입이 개시되면 일단 자금난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낙관론과 10조원의 펀드규모가 자금경색을 풀기에는 부족하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위기를 맞으면서 며칠을 넘기기가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다. 우량기업과 벤처기업들마저도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놓기 위해 해외차입에 잇따라 나서는 한편 보유 주식을 처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경북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인 ㈜우방은 21일과 22일 19억원과 26억원어치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처리되면서 22일 증권거래소에서 주권거래가 중단됐다.
우방은 “하반기에 분양대금과 중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단 이달만 무사히 넘기면 자금사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방측은 이달초부터 자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정상기업도 자금 빌리기가 힘든 상황에서 워크아웃 기업이 자금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었다고 하소연. 결국 주택은행에 긴급자금 300억원을 요청했으나 주택은행이 대한주택보증이 갖고있는 대출금우선상환권을 주택은행에 넘기라는 조건을 붙여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과업체중 하나인 뉴욕제과가 23일 한미은행 안양지점에 돌아온 7200만원 규모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되자 중견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동양종금 권영복과장은 “정부에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은행대출이 안되고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만기연장이 안되는 등 자금시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정부대책이 시행되는 향후 1, 2주일이 중견기업들에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량기업과 벤처기업들도 하반기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정보통신이 단기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19일 해외에서 1억2100만달러를 빌리는 등 우량기업들이 잇따라 해외차입에 나서고 있다. 또 메디슨 등 단기유동성비율이 50%가 넘는 벤처기업들도 빚을 갚기 위해 보유 주식을 대거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LG정보통신 관계자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은 금리가 싼 측면도 있지만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