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기업은 대부분 세계시장 중심의 상품 및 기술 개발에 주력했으며 일본을 미국과 유럽 등으로 진출하기 위한 경유지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술 선진국인 일본을 단순한 실험 무대로 착각했다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충고도 털어놓는다.
▽세계적 기술로 승부〓일본 컴퓨터 보안전문회사인 펌프킨하우스와 업무 제휴를 맺은 ㈜시큐리티테크놀로지스(02-929-6890)는 97년 설립 당시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인터넷 보안 패키지 개발에 매달려왔다.
자본금 6억5000만원인 이 회사가 최근 3년간 초고속 공개키 암호칩 등 세계적인 기술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2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보안 패키지는 미국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제품으로 전자상거래 인터넷뱅킹 등에 적용된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열린 국제행사에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본사로부터 기술을 인증받은 뒤 국내 마케팅을 제쳐두고 곧바로 일본행을 택했다. 이 회사 최돈익(崔燉益)사장은 “판매량이 제한된 국내시장 보다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제품 수요를 겨냥했다”며 “국내 대기업이 우리의 보안 패키지를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향한 경유지〓위성 인터넷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티컴넷(02-3675-5600)은 15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Foresight 2000’ 행사에 참가한 뒤 일본의 투자자로부터 10억엔을 유치했다. 가격이 높지만 성능이 뛰어난 제품으로 일본 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뒤 선진국 시장에서 세계적인 제품과 경쟁을 벌인다는 계획. 김영민(金英民)사장은 “국내 기술을 인정하는 일본 기업이 많아 선진국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일본에 지사를 설립한 ㈜아이마스(02-3445-0922)도 소프트웨어 솔루션 판매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의 의류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는 ㈜솔트앤스위트(02-595-7627)도 최근 일본에서 인터넷 쇼핑몰 구축을 위한 투자 상담을 마치고 현지 지사를 설립할 계획.일본 기업들이 기술력만 갖추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업종을 가리지 않는 것도 중소 기업들이 일본을 첫 무대로 삼는 이유중의 하나.
▽일본이 실험 무대는 아니다〓일본 종합상사와 공동 판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계획이던 W사는 최근 일본의 투자자들로부터 상담을 거절당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일본에서 회사 설명회와 투자 상담회를 열었으나 “기술 수준은 알 수 없으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회사는 “1차 설명회 때 전문가가 없어 회사의 사업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었다”며 2차 상담을 요청했으나 투자자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하다는 것.
코리안모터즈의 김내동(金內東)사장은 “국내 기업이 일본에서 한 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회복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완벽한 제품 개발과 철저한 준비 없이 실험삼아 진출하려다 낭패를 본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