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환율(1달러〓1216.30원)로 계산하면 배럴당 3만1384원, ℓ당 197.4원인 셈. 여기에 국내유통 때의 제세금(ℓ당 0.258원)과 인건비 관리비 등 유통비용(ℓ당 약 22원)을 더하면 ℓ당 수입원가는 219.66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외국 정유사가 자기네 완제품을 국내로 직접 들여왔을 경우의 얘기다.
그러나 같은 날 국내 정유 4사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주유소 등에 넘긴 무연휘발유의 ℓ당 평균원가는 305.11원으로 수입 완제품에 비해 85.45원(28.01%)이나 높았다. 두 가격은 모두 국내외 해당 정유사의 정제비용과 이윤을 포함한 것이다.
▽원가 차이의 실례〓본보 취재팀은 관련전문가들과 함께 석유수급통계연보 등 각종 공개자료와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일일가격, 석유제품 수입시의 운임 보험료 유통비 인건비 관리비 금융비 등을 모두 검토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를 지난 1년의 연평균치로 환산하면 국내정유가는 완제품 수입가에 비해 13.7%나 높았던 것.
이는 지난 한해 정유4사가 2조원의 부당한 이익을 올리며 가구당 15만여원의 부담을 지운셈이다.
구체적으로 경유는 지난해 수입 완제품의 평균원가가 ℓ당 202.43원으로 계산됐던 데 비해 정유 4사 제품의 평균원가는 ℓ당 244.23원으로 41.80원 비쌌다. 이를 경유의 국내 소비량(200억4343만여ℓ)으로 환산하면 8379억원의 차이가 나는 셈.
또 보일러등유의 두 제품간 평균원가 차이는 ℓ당 35.72원, 실내등유는 51.51원, 벙커C유는 11.66원으로 각각 계산됐다.
▽원가산출의 비밀〓정유 4사의 원가가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유사 관계자 외에 누구도 알 수 없다. 정유업계는 ‘영업비밀’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정부도 97년 1월 유가자유화 이후 1년간 원가를 ‘감시’해 왔으나 그 이후 손을 뗐다.
그 결과 한 정유사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들도 이를 그대로 따르는 바람에 원가가 계속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연구소(에경연)에 석유제품의 원가분석을 의뢰했고 11월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경연측은 “정유사 내부자료를 구하기 힘든데다 구하더라도 검증이 불가능해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독과점 시장구조〓국내 정유사들이 매일 제품별로 발표하는 원가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시장의 99%를 장악한 정유 4사가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는 의혹은 수그러들기 힘들었던 것.
가격 변동에 대한 대처방식에서도 담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원유 도입가와 환율의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땐 이를 곧바로 원가에 반영, 소비자에게 전가했지만 인하 요인이 발생할 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 세계 석유시장의 제품 원가는 일일 원유가의 흐름에 따라 들쭉날쭉했지만 국내 석유시장의 원가는 계단식 그래프 형태였다.
이에 대해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성격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원가 절감노력 회피〓지난 3년간 정유 4사는 원가절감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세계 석유메이저들은 원유 도입가를 낮추기 위해 선물헤징(가격변동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거래) 방식을 적극 활용해 왔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이를 거의 외면해 왔다.
지난해 에경연의 한 보고서‘해외선물시장을 이용한 에너지수급 안정화 연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선물헤징을 통해 확보한 물량은 연간 도입량의 2% 미만.
또 경제위기가 닥친 98년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관리비 등을 줄이려고 애썼으나 정유 4사 재무제표상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오히려 폭증했다. 총매출액은 전년대비 8% 증가한데 비해 판매비와 관리비는 35.4%나 증가한 것. 모정유사의 경우 매출액 9.71% 증가에 판매비 관리비 증가는 102.24%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한 정유사 관계자는 “당시 명퇴자가 많아 그 비용이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취재팀 '원가비교' 어떻게? 전문가와 함께 총체적 검증▼
본보 취재팀의 국내외 석유제품 원가 비교는 국내의 한 정유사가 추정한 국내 석유수입상들의 완제품 수입판매가격을 관련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소 복잡하긴 하나 이 비교작업의 공신력 확보를 위해 전 과정을 공개한다.
우선 국제 석유제품의 시세는 싱가포르시장의 선적가(FOB)를 기준으로 했다. 세계적인 가격조사기관 플라츠(Platt’s)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서비스하는 일평균 가격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종류와 품질이 국내 유통제품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산업자원부가 98년 8월 고시한 ‘석유제품 손실보전 기준’에 따라 가격을 보전했다.
이에 따라 실내등유의 경우 국제가격에 배럴당 2.74달러를 더했고 보일러등유는 배럴당 0.52달러를 뺐다. 하지만 무연휘발유(옥탄가 92 기준)는 산자부 기준상 국내와 국제 제품의 품질이 같아 가감하지 않았다. 벙커C유는 t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6.5로 나눠 배럴로 환산한 뒤 품질보전을 위해 4.62달러를 더했다.
싱가포르에서 국내까지의 뱃삯은 알려지지 않아 일본까지의 뱃삯을 적용했다. 우리나라보다 일본까지의 뱃삯이 조금 더 비싸다. 보험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배럴당 0.01∼0.02달러를 적용했다. 또 관세는 국제 제품가에 운임과 뱃삯을 더한 금액(CIF)의 0.5%, 부과금은 배럴당 1.7달러, 손실률과 금융비용 등 부대비용은 CIF의 0.3%를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제품이 국내에 도착한 뒤에는 가스안전기금 11원 등 배럴당 41원의 제세금과 저유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재고금융비 등 유통비용으로 ℓ당 22원을 추가 합산했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