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당초 금융기관 부실을 공개한다고 밝혀놓고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투신(운용)사에 대해서는 ‘신탁재산 클린화 현황’으로 제목을 바꿔 발표했다. 불안한 금융시장을 진화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입는 손실은 ‘거의 없다’고 선언한 것.
▽금융기관간 부실차 뚜렷〓속내를 드러내는 이번 부실발표로 투자자들과 고객들은 금융기관 선택때 큰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도 회사건전성을 잣대로 부실금융기관과 우량금융기관간의 차이를 알 수 있었으나 이번에 이 같은 차이를 수치로 확연히 알 수 있다. 은행권의 경우 한빛은행과 서울 외환 광주 제주 경남은행과 수협 등이 다른 은행보다 손실규모가 크고 부실여신 비율이 높아 당장 영업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 은행의 잠재부실은 한빛(7760억원) 서울(7670억원) 외환(5837억원) 평화(1070억원) 등의 순이며 지방은행은 광주은행이 1719억원, 제주와 경남은행이 각각 401억원과 962억원으로 건전성이 나빠졌다. 특히 수협은 잠재손실이 1947억원으로 부실여신비율이 무려 23.7%에 달한다. 이들 은행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지만 고객들을 얼마나 이해시킬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
▽투신권 부실 왜 적나〓투신권 부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부실규모가 수치상으론 1조530억원에 그쳤다. 투신사들이 당초 갖고 있던 부실채권 규모는 원본가격으로 6조6905억원에 달했지만 투자자들이 입는 손실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6조6905억원 어치 중 4조4267억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이보다 3배 가량 많은 정상채권과 함께 묶어 후순위채권(CBO)의 기초자산으로 들어갔다. 투신사들은 이를 담보로 17조7000억원 어치의 CBO를 발행해 이중 10조815억원은 선순위채로 시장에서 팔았고 6조9104억원 어치를 CBO펀드에 편입한 상태.
부실채권 원본 4조4267억원 어치 중 1조7000억원은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보고 투신 회사 돈으로 이미 손실처리해 현재 값어치는 2조7000억원으로 평가된 상태다. 부실을 펀드에서 이미 상각해 투자자들이 부담한 손실액은 1조2108억원이며 상각후 남은 금액은 1조530억원이지만 이것도 회수가 가능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결국 대부분의 부실을 투신사들이 물거나 CBO를 발행해 투신사와 판매사인 증권사가 상당부분 분담한 것.
▽증권사 분담과 투신 고유계정 해결이 열쇠〓이들 부실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투신사가 떠안아야 할 고유계정 부실은 대주주를 설득해야 하고 판매회사인 증권사가 부담할 몫도 만만찮아 분쟁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