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대형 뷔페식당, 할인미끼 현금결제 유도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01분


“현금으로 주시면 10%를 깎아 드릴게요.”

2일 서울 신촌 S뷔페에서 아들 돌잔치를 한 회사원 이모씨(34)는 돌잔치가 끝난 뒤 신용카드로 비용을 계산하려다 이같은 제안을 받았다. 전체 비용이 100여만원정도 나온터라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10여만원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씨는 주저없이 현금을 냈다.

돌잔치나 회갑연 등 대형 가족행사의 연회장으로 이용되는 서울 시내 대형 뷔페식당 대부분이 ‘현금결제시 할인’이라는 미끼로 신용카드 결제를 회피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신정동 H뷔페식당은 신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1인당 식사비 1만6000원을 1만5000원으로 깎아 준다. 이 뷔페에서 돌잔치 등을 하는 사람이 하객 100명을 초대할 경우 전체 비용이 10만원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H뷔페는 현금지불의 경우 할인율이 무려 12%에 달한다. 현금결제시 1만7000원짜리 식사를 1만5000원으로 깎아주는 이 식당은 고객이 카드결제를 고집할 경우도 “모든 비용을 카드로 할 수는 없다”며 “적어도 카드결제와 현금결제를 반반씩은 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시내 뷔페에서 돌잔치나 회갑연을 연 시민중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

지난달 부모 회갑연을 가진 회사원 서모씨(29·서울 용산구 한남동) 역시 “하객들에게 축의금을 받지 않아 신용카드로 식사비를 지불하려고 했으나 식당측에서 가격을 10%정도 깎아준다며 현금 지불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현금이 없어 카드지불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서씨에게 식당 직원은 이번에는 “식사 외에 사진촬영 등은 다른 업체에 우리도 현금을 주고 부탁한다”며 현금 결제를 계속 요구해 서씨는 결국 은행에 가 현금을 찾아 비용을 계산했다.

투명한 세수행정을 위해 신용카드 결제를 권장하고 있는 정부의 시책에도 불구하고 대형 뷔페식당들이 이처럼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이유에 대해 업주들은 “카드로 결제할 경우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세금포탈이 주목적이라는 게 세무사들과 대형 식당업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모든 거래내용이 세무당국에 의해 파악되는 신용카드 결제와는 달리 현금으로 대금 거래가 이뤄질 경우 업주가 자진해서 신고하지 않으면 거래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받은 뷔페들은 고객에게 직원들이 작성한 간단한 간이 영수증만 끊어주고 있다.

한 대형 식당업자는 “우리 식당도 카드결제를 받는데 카드 수수료는 평균 3%밖에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뷔페들이 카드 수수료를 내세우며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10%정도를 할인해주는 것은 세무당국의 수입원 추적을 피하려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현두·최호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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