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비해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은 M&A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단하기 쉽다.
하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구조조정지원팀을 만든 지난해 초부터 올해 6월까지 성사시킨 M&A는 고작 2건. 이처럼 실적이 저조한 것은 경영진의 기업 소유권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 주로 ‘한국적 풍토’에 기인한다고 공단측은 진단한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벤처 기업의 매수 및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등 꽁꽁 얼어붙은 중소기업 M&A시장이 다소 풀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당사자간 불신이 가장 큰 제약 요인〓산업용 기계설비업체인 Y산업은 3개 매수희망업체와 1년간에 걸쳐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달 B기업에 회사를 넘기기로 결정했다.
Y산업은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과 영업권 등 무형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기업매각후 연구개발사업을 보장할 매수업체를 찾지 못해 한때 협상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종 인수자인 B기업도 매도 희망업체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정확한지, 별도의 부채는 없는지, 협상 진행 도중 회사가 부도나거나 다른 회사에게 경영자원을 빼돌릴 가능성은 없는지 알 수 없어 신뢰구축에만 5개월 이상을 걸렸다는 것.
이같은 당사자간 불신 이면에는 제도적인 문제점들도 얽혀있다.
우선 중소기업이 M&A 협상을 벌일 때 고용승계와 부채조정에 대한 기준과 제도가 없어
당사자의 불신이 가중된다는 것. 또 △전문인력이나 관련 기관의 부족 △중계시장의 미발달에 따른 중계기관에 대한 불신 △인수 희망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미흡 및 M&A 비용 과다도 중소기업이 M&A를 꺼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부도기업에 대한 처리가 지연될 경우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M&A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장판도의 변화〓벤처업체를 중심으로 매수-매도 업체간 ‘짝짓기’ 탐색전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뚜렷한 특징.
경기가 좋아지면서 매수 희망기업이 경영전략적 차원에서 M&A 시장에 접근하고 있으며 인터넷 벤처기업과 오프라인 산업 간의 M&A가 일어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업계관계자들은 관측한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접수된 매도 및 매수 희망물량은 각각 12건과 17건으로 지난해 보다 2,3배 늘어났다.
외국기업들이 국내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도 큰 변수다. 자본규모는 작지만 미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C사는 최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미국 기업들로부터 잇따라 인수합병 제의를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윤종훈 구조조정지원부장은 “지난해까지 M&A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고려됐지만 올해부터는 사업다각화 및 해외시장확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각광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