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실시되자 의사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에 따라 약을 만들어 판매할 수 없게 된 것.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밝은오늘피부과의원. 연고와 알로에를 섞은 화상환자용 비방으로 소문이 났지만 요즘은 ‘왜 이전의 약을 안 주느냐’고 항의하는 환자들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이 병원 강진수(姜珍洙)원장은 “돈을 안 받더라도 비방을 처방하면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짜로라도 약을 주고 싶다”면서 “비방은 환자를 세심히 살펴 환자 각자에게 알맞은 약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최광호피부과의원 1층에는 최근 5평짜리 화장품코너가 들어섰다. 이 병원에선 의약분업으로 ‘판로가 원천 봉쇄되자’ 약가를 낮춘 ‘비방’을 특수화장품으로 판매하려는 것이다.
최광호(崔光浩)원장은 “최고급 성분의 약을 직수입해서 써왔기 때문에 약국 약보다 효과가 좋고 약값도 쌌다. 의약분업으로 그런 약을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 내 화장품코너는 특수 화장품을 ‘피부과 비방’의 대안으로 채택하겠다는 전략. 화장품에다 약 성분을 섞어 ‘비방’에 준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한편 ‘최고의 피부과 병원’을 놓고 경쟁하던 의사들이 전략적 제휴로 기능성화장품을 만드는 벤처기업을 만들기도 했다. ‘더마-에스’라는 브랜드의 화장품 회사는 의사 4명이 만들었다. 독일의 제약회사에 제조를 의뢰해 자외선차단제 미백크림 등 5종류를 선보였다. 또 다른 의사 7명도 다른 브랜드의 화장품회사를 만들 계획.
이밖에 피부과에 피부미용관리실을 함께 차려 레이저치료 초음파치료 등을 곁들이는 곳도 늘고 있다.
일부 소아과나 내과의원에서는 ‘식품코너’를 내고 특수미숫가루나 알레르기예방분유를 팔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