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넘쳐 나는 자금을 투신사로 이동시키기 위해 은행이 수익증권 투자를 할 때 적용되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11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투자한 수익증권의 위험가중치를 BIS 자기자본 비율에 반영할 때 기존에는 100% 다 반영했지만 앞으로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편입 한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따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은행들이 투신사 수익증권에 투자할 경우 편입된 자산 구성에 상관없이 대체로 100%를 위험가중치로 보는 바람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들은 수익증권 매입을 꺼려 왔다.
금감원은 이런 제도적인 제한 때문에 은행들이 수익증권 투자를 기피해 투신사와 은행간 자금 편차가 심하다고 보고 선진국 기준에 맞춰 편입된 자산별로 위험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는 방법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A은행이 위험가중치를 100% 적용하는 대상 자산을 30억원, 50% 적용 대상 자산 40억원, 20% 적용 대상 자산 30억원 어치가 편입된 100억원 규모의 수익증권을 보유중이라고 가정하면 종전 방법으로는 이 수익증권은 A은행에 100% 다 위험 자산이 된다. 반면 새로운 적용 방법을 선택하면 이 은행은 위험가중자산을 56억원으로 적용할 수 있다.
전오종(全午鍾) 대한투신 법인영업부장은 “은행이 투신사 수익증권에 가입한 규모는 약 20조원이 된다”며 “일부 BIS비율이 낮은 은행의 경우 수익증권 매집으로 인해 이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에도 불구, 은행 자금이 투신사로 이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우채 파동이후 은행들은 금융기관 자금으로 분류돼 아직도 투신사와 원금상환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등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인 탓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