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인간이 버린 폐기물을 대자연이 보관하고 처리하는 능력(자정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 자정능력을 현저하게 초과해서 폐기물을 환경에 버리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다. 약간의 쓰레기를 한강에 버리면 자연적으로 희석 분해 처리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지만,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를 버리면 한강이 썩으면서 각종 오염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범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환경문제로 인해 경제학의 한 전문분야로 발전한 환경경제학은 환경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합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짜로 써 환경문제 발생
경제학적으로 보면 오염물질을 환경에 배출한다는 것은 환경을 오염물질 배출의 용도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환경오염문제란 환경을 오염물질배출이라는 특정 용도로 과도하게 이용한 결과 다른 용도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현상이다. 예컨대 대기오염문제란 공해업체들이 대기를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용도로 과도하게 이용한 결과 시민들이 이 대기를 호흡하는 용도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기업이나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물질배출 용도로 과도하게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무엇이든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그 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공짜가 아닌 환경을 공짜로 이용하다보니 환경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 환경문제에 대한 경제학의 기본시각이다.
그렇다면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환경경제학의 대답은 간단하다. 환경오염행위를 규제하는 법만 만들 것이 아니라 모든 환경오염의 원인제공자가 환경 이용에 대해 응분의 정확한 가격을 치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제공자가 대가 치르게해야
환경의 이용에 대해 가격을 치르게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폐수를 배출하는 공해업체에게 일정요율의 부과금을 징수하거나,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한 다음 이 권리를 자유롭게 사고 팔게 하는 방법 등이 제안되고 있다. 이런 제도적 장치들은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의 원리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환경경제학의 핵심주장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 환경경제학이 주장하듯이 이렇게 시장의 원리를 잘 활용하면 과연 환경문제가 싹 해결될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보수적 경제학자들은 그럴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해 둘 것은, 이런 논쟁들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 준다는 점이다.
시장은 아무리 하찮은 욕망이라도 구매력을 갖춘 욕망은 잘 충족시켜주는 반면 아무리 절실한 욕망이라도 구매력을 갖지 않은 욕망은 무시해 버린다. 지구 인구의 대부분이 아직도 기본 의식주에 관련된 절실한 욕망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잘 사는 나라에서는 하찮은 욕망의 충족에 엄청난 자연자원을 소모하며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돼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 이런 인간의 욕망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이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은 인간의 욕망을 단지 주어진 목적으로만 생각한다. 그 욕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욕망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욕망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전혀 묻지 않는다. 경제학은 그 주어진 욕망을 최대한 잘 달성하는 수단에만 골몰할 뿐이다.
◇인간 욕망도 환경친화적으로
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환경위기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 그 자체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아마도 앞으로 인류가 당면할 환경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환경친화적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마도 현 경제학의 틀을 상당히 벗어나는 문제일 것이다.
이정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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