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 '금융지주회사법' 격론

  • 입력 2000년 7월 10일 23시 26분


은행권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0일 국회 재정경제위에서는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금융지주회사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당초 여야는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으로부터 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들은 뒤 법안심사소위에 넘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종근(朴鍾根)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금융노조가 정부제출안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법안상정을 강행하는 것은 노조를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법안상정을 일단 미루자고 주장했다.

이에 정세균(丁世均)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법안 상정을 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 상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힘들어진다”며 “본격심의는 늦추더라도 법안상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 의원들은 30분 가량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결국 정회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속의원 간담회를 열어 법안상정 자체가 진행중인 노정(勞政)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사태추이를 봐가며 상정해도 늦지 않다며 회의불참을 결정해 회의는 자동 유회됐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간사는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제출 법안은 거대한 부실덩어리 지주회사만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금융지주회사를 민영화하고 구조조정은 은행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야당안을 국회에 제출, 정부안과 동시 심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에 발끈했다.

강운태(姜雲太)간사는 “여야 간 견해 차이는 심의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율하면 되는데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칫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김만제(金滿堤)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이헌재 재경부장관을 상대로 “정부가 협상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해 사태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하고 있다”고 따졌다.

또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 ‘금융불안사태의 근본원인’이라는 야당의원의 시각과 ‘터무니 없는 모함’이라는 여당의원의 주장이 맞서 향후 금융지주회사법안이 상정되더라도 합의가 수월치 않음을 예고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