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 시장 90% 석권‥성공비결은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59분


미(微)과즙음료 ‘2% 부족할 때’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 부족할 때’는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후 올해 5월까지,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2억캔이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5월 한달간 1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롯데칠성측에선 연말까지 1600억원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기껏해야 1000원도 안되는 음료수를 팔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과즙음료는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도 아니고, 스포츠음료도 아닌 낯선 종류의 음료다. 일본에선 97년 ‘복숭아천연수’라는 제품이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 시장에서 성공할 지는 미지수였다.

미과즙음료 시장에는 현재 남양유업의 니어워터, 해태음료의 N2O, 제일제당의 아침이슬, 한미약품의 24inch(인치) 등이 나와있지만 롯데의 ‘2% 부족할 때’가 9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다.

업계에선 품질도 품질이지만 브랜드 네임에서 광고까지,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대로 알린 ‘마케팅전의 승리’였다고 보고 있다.

▽이름 짓기〓지난해초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맡은 대홍기획 제작진은 제품의 이름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물처럼 보이지만 물은 아니고 과즙이 아주 조금 섞인 깔끔한 음료’라는 컨셉트를 가장 잘 나타낼 이름은 무엇일까. 20여개의 후보작이 올라왔다.

‘또 하나의 물’ ‘물果(과) 같이’ ‘生果水(생과수)’ ‘순水(수)이야기’ ‘청정 과일수’ ‘물은 물이로되’ 등이 후보작으로 올랐다. 결국 ‘2% 부족할 때’라는 긴 이름으로 결정됐다. 음료 이름치고는 상당한 파격이었다. 대홍기획 이진수 차장은 “이름이 처음엔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2% 부족할 때’는 사람의 몸안에서 2% 정도의 수분이 부족할 때 비로소 갈증을 느끼지 시작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이름. 이름이 결정되자 “제품과 연관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한번 들으면 안잊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광고 전략〓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경쟁사에서 이미 3개월 전에 비슷한 컨셉트의 상품을 내놓고 치열한 광고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얘기를 또 하려니 ‘아류작’쯤으로 여겨질 것 같고, 전혀 다른 식으로 접근하자니 소비자가 무슨 제품인지 모를 것 같았다. 다만 경쟁사가 아직 제품 컨셉에 대한 설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2% 부족할 때’의 광고는 제품이 처음 선보인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총 4차에 걸쳐 제작됐다. 제1탄은 ‘여자의 갈증은 물로는 채울 수 없다’는 카피로 제품의 특성을 첫 키스의 아쉬움과 부족함(?)에 비유했다. 2개월간 방영된 이 광고는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2차 광고에선 ‘물처럼 보이지만 물과는 다르다’는 제품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기로 했다. 목이 말라 괴로운 상황을 설정하되 물이나 스포츠음료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여고생 탤런트 전지현을 등장시켜 “이거 물 맞니?”라는 질문에 “넌 이게 물로 보이니?”라며 타박하는 상황을 보여줬다. 백 그라운드 음악없이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했다. 다소 상황 설정이 거슬리지만 기억에 남게하는 전략을 썼다.

올해 1월부터는 빅모델인 핑클을 동원한 3차 광고가 전파를 탔다. 2차 광고에서 시작된 물 논쟁을 이어간다. 핑클 광고는 “날 물로 보지마”라는 카피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대히트했다.

최근에는 “시집이나 가라”는 가수 최진영의 말에 누나인 탤런트 최진실이 “나는 노는 물이 다르다”고 대꾸하는 광고가 전파를 타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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