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사장이 의아스럽게 생각한 것은 운영자금이 모자라 인수자를 찾아다니는 회사가 최근까지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으며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는 점. 알아보니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돈도 없는 실정이지만 제 값을 받고 회사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경우는 B사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 벤처업계에서는 ‘화장을 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주가 폭락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몰린 인터넷 기업들이 M&A를 당하기 위해 회사 가치를 부풀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회사를 넘기려는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는 콘텐츠나 커뮤니티 관련 업체들. 지난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도 ‘묻지마 투자’로 자금 조달에 별 어려움이 없던 이들 기업은 최근 ‘자본금만 건질 수 있다면 어떤 조건이든 회사를 넘기겠다’는 도산 직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콘텐츠 업체인 C사는 최근 포털사이트 D사에 M&A 당하기 위해 본연의 정보 제공과 관련된 콘텐츠 대신 D사가 갖추지 못한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전력 투구하고 있다. D사의 부족한 부문을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면 M&A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
게임관련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E사는 최근 5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를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당연히 프로젝트를 따내야 하겠지만 직원들에게 개발을 시키는 시간에 마땅한 인수자를 찾아 뛰어다니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 기업들은 M&A가 아니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남은 투자금을 모두 끌어모아 광고를 내보내고 대형 이벤트를 열고 있다”며 “증권가를 통해 루머를 퍼뜨려 기업가치를 올리고 인맥을 동원해 인수자와 ‘줄’을 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M&A가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M&A 관련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바인M&A 김훈식 사장은 “인터넷기업들은 대형 포털사이트나 e비즈니스를 시작한 오프라인 대기업에 인수되기를 희망하지만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기업에 투자하려는 회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사장은 “대부분의 인터넷기업들이 4월 이후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기간을 6개월로 볼 때 자금난이 최고조에 달하는 9, 10월경에 대규모 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