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투신상품 불티…‘함정’은 없나?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22분


썰물처럼 투신권을 빠져나가는 시중자금을 묶어두기 위해 정부가 허용한 비과세 신탁상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투신권 전체로 2조원 가량이 모인 것. 이는 ‘대우사태’이후 줄곧 줄어들기만 하던 투신 수탁고를 증가세로 돌려놓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각 투신사마다 직원들에게 판매량을 할당하는 등 대대적인 판촉전을 벌이고 있는데다 ‘연내 가입하지 않으면 세제혜택이 없다’는 한시성(限時性) 때문에 조급해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과연 비과세 신탁상품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될 수 있을까, 또 예약판매가 아닌 본격 판매는 언제부터나 가능할까.

▽이르면 이달말 판매〓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는 수익에 대해 22%의 세금이 붙기 때문에 비과세 신탁상품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법(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제213차 임시국회는 당초 10일 재경위에서 이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은행파업 등으로 18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임시국회가 끝나는 21일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게 투신사들에게 최선.

투자신탁협회 상품팀 서종군대리는 “국회통과 이후에도 각 회사별로 금융감독원에 상품약관을 승인받는 절차가 남아있어 빨라야 이달 말이나 돼야 본격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어떤 잇점이 있길래〓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비과세 혜택. 똑같은 운용성적이라면 수익의 22%(이자소득세 20%, 주민세 2%)를 원천징수하는 일반상품에 비해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10%의 수익률을 낸 일반상품에 1억원을 가입한 투자자가 원금 외에 780만원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면 비과세 신탁상품 가입자는 1000만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는 것.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제외되는 점도 돈많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이밖에 투신권에서는 공모주를 우선배정받는 비과세 상품도 허용을 건의해놓고 있다.

▽약점은 없을까〓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시가평가형이라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시가평가펀드는 금리가 높을 때(채권가격이 낮을 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

최근처럼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 거꾸로 채권을 비싸게 사 만기가 돌아오면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과세 신탁상품 판매과열도 문제. 각 투신사들이 이 상품에 승부를 걸고 있어 운용개시 후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지면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사들인다거나 잔존(殘存)만기가 필요 이상으로 긴 채권을 편입시킬 가능성도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수익률이 높은 대신 자금시장이 경색될 경우 도산의 우려가 크고, 만기가 긴 채권을 많이 편입시키면 금리변동위험이 커지는데다 ‘미스매치(만기 불일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아직 약관도 확정되지 않은 상품에 앞 뒤 가리지 않고 예약가입하는 투자자들도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외국의 경우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2∼3년간 운용상황을 지켜본 뒤 ‘검증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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