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시장놓고 韓日戰 ‘3라운드’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33분


메모리 반도체와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에 이어 다시 한번 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것인가.

국내 업계가 차세대 정보통신기기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의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전자산업 한일전 ‘3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충전해서 다시 사용하는 2차전지는 전세계적으로 일본업계가 시장의 95%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분야.

▽본격 양산 시작한 국내업계〓삼성SDI는 12일 천안사업장에서 2차전지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에서는 노트북PC용 원통형 리튬이온전지, 휴대전화용 각형 리튬이온전지, 차세대 리튬폴리머전지를 월 220만개씩 생산하게 된다.

김순택(金淳澤)대표는 “2005년까지 세계시장점유율을 23%로 높여 세계 3대 메이커로 올라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3월 양산에 들어간 LG화학은 올 10월부터 생산규모를 현재 월 200만개에서 300만개로 늘릴 계획. LG화학의 제품은 LG전자 현대전자 등 주로 국내업체에 공급되지만 최근 대만의 갤럽와이어사와 1억15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밖에 SKC측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파일럿라인(시험용 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한일베일런스는 리튬이온폴리머전지를 월 150만개 규모로 생산중이다.

▽일본의 견제〓2차전지 분야는 산요 소니 마쓰시타 등 쟁쟁한 일본 전자업체들이 일찍부터 리튬이온전지 수소전지 등으로 특화해 세계시장을 휘어잡았다. 우리 업계가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국내 시장조차 80% 이상을 일본업체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

최근 국내 업계가 잇따라 양산 계획을 밝히자 일본측은 메모리 반도체와 TFT―LCD에서 추월당했던 경험을 되살리며 물량 공세로 아예 싹부터 자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업체인 산요는 월 생산량을 1000만개에서 1500만개로, 마쓰시타는 900만개에서 1000만개로 늘리는 등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2차전지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개당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일반 건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캠코더 등 들고 다니는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리튬화합물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와 폴리머를 사용하는 리튬이온폴리머전지가 대표적. 반도체가 전자제품의 ‘두뇌’, 디스플레이가 ‘얼굴’이라면 2차전지는 기본적인 동력을 공급하는 ‘심장’인 셈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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