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가 차세대 정보통신기기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의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전자산업 한일전 ‘3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충전해서 다시 사용하는 2차전지는 전세계적으로 일본업계가 시장의 95%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분야.
▽본격 양산 시작한 국내업계〓삼성SDI는 12일 천안사업장에서 2차전지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에서는 노트북PC용 원통형 리튬이온전지, 휴대전화용 각형 리튬이온전지, 차세대 리튬폴리머전지를 월 220만개씩 생산하게 된다.
김순택(金淳澤)대표는 “2005년까지 세계시장점유율을 23%로 높여 세계 3대 메이커로 올라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3월 양산에 들어간 LG화학은 올 10월부터 생산규모를 현재 월 200만개에서 300만개로 늘릴 계획. LG화학의 제품은 LG전자 현대전자 등 주로 국내업체에 공급되지만 최근 대만의 갤럽와이어사와 1억15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밖에 SKC측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파일럿라인(시험용 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한일베일런스는 리튬이온폴리머전지를 월 150만개 규모로 생산중이다.
▽일본의 견제〓2차전지 분야는 산요 소니 마쓰시타 등 쟁쟁한 일본 전자업체들이 일찍부터 리튬이온전지 수소전지 등으로 특화해 세계시장을 휘어잡았다. 우리 업계가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국내 시장조차 80% 이상을 일본업체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
최근 국내 업계가 잇따라 양산 계획을 밝히자 일본측은 메모리 반도체와 TFT―LCD에서 추월당했던 경험을 되살리며 물량 공세로 아예 싹부터 자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업체인 산요는 월 생산량을 1000만개에서 1500만개로, 마쓰시타는 900만개에서 1000만개로 늘리는 등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2차전지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개당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일반 건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 캠코더 등 들고 다니는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리튬화합물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와 폴리머를 사용하는 리튬이온폴리머전지가 대표적. 반도체가 전자제품의 ‘두뇌’, 디스플레이가 ‘얼굴’이라면 2차전지는 기본적인 동력을 공급하는 ‘심장’인 셈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