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1월 외환위기 직후 세계은행(IBRD) 한국 사무소장으로 부임해 소임을 마치고 31일 떠나는 스리람 아이어(60)는 우리 경제에 대한 마지막 조언으로 ‘깊은 워크아웃론 ’을 제시했다. 겉으로 형식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뜯어고치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위기가 재발하지 않는 견실한 경제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워싱턴으로 다시 떠나는 아이어 소장의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자기가 담당한 나라가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에 성공해 더 이상 사무소를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한국의 위기극복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우리나라에 대해 은행 창립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처음에는 우리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재정경제부 관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이제는 완전히 팬이 됐다.
세계은행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개혁, 그리고 복지를 비롯한 사회 안전망구축 등 세 가지였다. 아이어 소장은 “이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이 다소 미진해 금융에 부담이 되고있다”면서 “깊은 워크아웃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한평생 해외근무를 했지만 한국만큼 인상적인 나라도 없었습니다. 그 역동성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어 소장은 멕시코 경제위기 때도 파견됐던 인물이다. 그때보다 훨씬 보람이 크다는 것. “이제는 위기극복의 경험을 다른 나라에 전파해야할 때”라고 역설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은행을 은퇴하고 사업을 하는 것. 특히 한국과 자신의 고국인 인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