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빛좋은 개살구'…증자통해 부채줄여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8분


국내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들은 주로 증자나 자산재평가에 의해 부채비율을 줄인데다 매출에 비해 자산규모도 커지는 등 당초의 기업 구조조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은 13일 ‘우리나라 제조업의 금융비용부담 변화’를 발표하고 99년중 우리기업(제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6.9%로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의 6.4%나, 90∼97년 평균 5.8%보다 높다고 밝혔다.

99년의 부채비율이 214.7%로 97년의 396.3%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금융비용부담률이 높아진 것은 기업들이 차입금을 상환하기보다는 주로 증자나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차입금 의존도는 99년이 42.8%로 97년의 54.2%에 비해 11.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은 99년 금융비용부담률이 3.9%로 90∼97년 평균치 4.5%에 비해 크게 하락한 반면 대기업은 99년 8.5%로 90∼97년 평균치 6.3%보다 2.2%포인트나 높아졌다.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은 확충했으나 차입금은 크게 줄이지 못한데다 저수익성 사업부문 정리나 재편 등 자산운용 효율화 측면의 구조조정도 활발히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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