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알음알음 채용' 유행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23분


삼성SDS에 다니던 A씨는 올해초 소프트웨어 개발벤처 나모인터랙티브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맡은 일은 기술영업 담당.

A씨의 이직은 예전 한글과컴퓨터에 근무할 당시 같이 호흡을 맞췄던 현 마케팅팀장의 ‘끈질긴’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데 따른 것. A씨는 한글과컴퓨터와 삼성SDS에서 마케팅담당과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이 있어 기술영업직에 적임자이기도 하지만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팀장의 추천이 채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요즘 벤처업계는 A씨처럼 직원들이 아는 사람을 회사에 소개해 채용하는 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연 지연 등에 얽매인 ‘불투명한’ 제도라는 비판도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장점이 훨씬 많다고 벤처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넷TV 벤처 클릭TV는 전직원의 90% 이상를 내부 직원의 추천으로 채용했다. 함께 창업한 4명이 직원을 끌어들이고 들어온 사람이 또다른 직원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뽑아 지금은 35명으로 불어났다. 상당히 폐쇄적인 채용방식인 셈.

그러나 클릭TV 윤종진 마케팅부장은 “벤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어서 직원들간의 단결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직원추천제를 활용하면 일반 공개모집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품성 성실성까지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글과컴퓨터 라이코스코리아 등도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을 직원추천제로 뽑는 등 ‘아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유니텔은 지난달 직원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추천시 활동비로 30만원을 지급하고 3개월간의 검증기간을 통과하면 연봉의 5%를 추천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직원추천제는 본래 컨설팅회사를 비롯한 외국기업들이 애용해온 채용 시스템. 공개채용을 하면 많은 지원자들이 모여들지만 쓸 만한 사람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 직원추천제는 채용확률이 높고 시간절약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또 헤드헌터를 이용할 때 소개비로 지급해야 하는 연봉의 10∼30%를 아낄 수 있어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유니텔의 인사담당 김영신 과장은 “직원추천제는 서류심사과 간단한 인터뷰를 거치는 일반 전형에 비해 신뢰성이 높은 채용 방식”이라며 “추천자가 최초 3개월 동안 조언자로서 도와주기 때문에 조직에 적응하는 속도도 빠르다”고 평가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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