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 펀드매니저에 법인카드 지급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3분


‘브로커들한테 얻어먹지 마라.’

김병포(金秉佈)현대투신운용사장은 최근 펀드매니저들에게 법인 카드를 한장씩 나눠줬다. 이로써 바이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이 회사는 전체 22명 펀드매니저 중 7명의 팀장급이 법인카드를 갖게 됐다. 한달 사용할 수 있는 한도는 무제한.

고액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카드까지 지급한 것은 주식 매매약정과 연계되는 접대를 막기 위해서다.

김사장은 “펀드매니저들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해주는 사람들로 증권사 법인 브로커들의 선심성 술자리 등 갖가지 유 을 많이 받는 자리”라며 “주식 매매주문이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잘못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카드지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펀드매니저들이 카드를 쓰면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과도한 향응을 받지도 말고 지나친 접대를 베풀지도 말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현대투신 펀드매니저들은 사장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

최근 중소형사에서 옮겨온 한 펀드매니저는 “예전 중소형사에 있을 때는 펀드매니저들끼리 회식을 할 때도 증권사 법인브로커를 일부러 끼워 접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펀드매니저들이 브로커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있어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은 고객돈을 관리하면서 주식약정을 증권사에 나눠줄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증권사 법인부 직원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잘보여야(?) 한다. 이런 연결고리 때문에 심지어 펀드매니저 술값과 주식약정을 ‘바꿔 먹는’ 일도 적지 않은 게 증권가 현실이다.

현대투신 펀드매니저들은 기업탐방을 할 때나 브로커들과 피치 못할 약속을 할 때는 꼭 법인카드를 들고 나간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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