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左承喜)은 총자산 70억원 이상인 상장업체 486개사와 비상장업체 4804개사 등 모두 529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 18일 발표한 ‘금융권 잠재부실채권규모와 2차 금융구조조정 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新)자산 건전성기준(FLC)’을 적용한 결과 작년말 기준으로 조사대상기업의 전체 차입금 규모는 240조원에 달했다.
이중 상장업체의 19.5%인 94개사와 비상장업체의 23.2%인 1115개사는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치 못하는 부실기업. 이들 기업에 대한 은행 및 제2금융권의 총여신을 금융권 잠재부실채권으로 분류한 결과 9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된 상장제조업체의 잠재부실(20조원 내외로 추정)까지 합하면 금융권의 전체 잠재부실채권규모는 정부 공식통계인 91조원보다 20조∼30여조원 많은 110조∼120여조원에 이르며 특히 부실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까지 포함하면 140조∼150여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작성 책임자인 남주하(南周廈)서강대경제학과 교수는 “잠재 부실채권이 정부통계보다 훨씬 큰 것은 정부통계가 제2금융권에 대한 신자산건전성 기준을 도입하지 않았고 일부 은행권의 부실채권규모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말의 잠재부실채권규모는 경제성장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개선과 금융비용 부담감소 등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10조원 가량 줄어든 100조∼110여조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2차 기업구조조정은 부실 및 한계기업 퇴출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금융경색 등의 부작용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융구조조정도 잠재부실채권규모 과소평가 등의 문제점을 드러낸 1차 구조조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의 인위적 합병이 아닌 자발적 경쟁력 제고 등 단계적이고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교수는 “내년에 경제가 안 좋아지면 금융권 부실채권규모가 다시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은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는 등 경제정책 운용에 최선을 기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