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들어선 ‘금리와 주가의 반비례 곡선’에 혼선이 생겼다. 금리가 8%대에 진입했는데도 주가는 연일 맥을 못추고 있다. 왜 그럴까?
▽금리구조가 왜곡됐다〓현재의 금리하락은 국고채 통화채 A급회사채 등 초우량물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트리플B(BBB) 이하 회사채는 연 15∼16%에 내놓아도 사가는 곳이 없다. 즉 현재의 채권시장은 초우량물과 그 이하 채권으로 양극화, 금리구조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자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넘쳐나는데 이 자금이 초우량물에만 집중되면서 금리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기관투자가들은 자금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채 머니게임(매매차익 따먹기)에 치중하면서 현재의 금리하락 구조를 능수능란하게 향유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우리나라에선 정책당국의 의지에 의해 금리수준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금리하락의 연속성’에 신뢰를 주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대우문제’와 같은 불의의 사태를 숱하게 경험한 투자자들은 금리하락 와중에도 ‘금리상승의 가능성’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진한 구조조정이 불확실성을 잉태〓자금이 풍부한데도 대다수의 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든, 자금시장이든 위험기피심리’가 만연한 때문. 돈을 꿔간 기업의 성장가능성보다는 ‘부도 가능성’을 먼저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초단타매매가 성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
리젠트자산운용 이원기사장은 “현재의 금융시장은 안개가 자욱하게 껴 가시거리가 1∼2m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은 각 투자주체들이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의 성공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서 연유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예금자보호한도 축소, 채권시가평가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 트레이딩팀장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저축률 하락, 자금의 단기부동화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