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편법투자 M&A전문가들 본격 조사

기업인수합병(M&A)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챙기는 일부 M&A 전문가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른바 M&A 전문가들의 편법적인 투자 행위에 대해 상시 감시 체제를 갖추고 M&A를 빙자한 금융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금감원은 M&A를 통해 개인 재산을 많이 모은 일부 ‘M&A전문가’들의 △재산 형성 과정 △타기업 지분 출자 행위 △금융기관 인수합병 시도 등을 대상으로 탈법행위가 없었는지 상시 검사 체제를 갖춰 금융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M&A전문가라고 지칭되는 회사 대표급 임원들이 M&A를 시도하거나 주선하는 과정에서 현행 법체제를 교묘히 벗어나면서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비록 현행법을 위반하지는 않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엄청나다”며 “M&A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지분 출자로 큰 이득을 얻는 일부 ‘꾼’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측은 M&A 전문가들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기업인수 합병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일부 혐의가 짙은 그룹을 중심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이들의 투자 행위와 금융업 진출 행태 등을 면밀히 검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4, 5명에 대해 그동안 집중적인 조사를 해 놓은 상태”라며 “이들의 행동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금융회사 편법 지분출자 등을 통해 재산을 늘리는 과정 등에 문제점이 많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거론한 4, 5명은 주로 M&A 과정에서 거액의 부를 만들어 신흥재벌로 꼽히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M&A전문가들의 재산 축적 과정은 서로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며 “특히 소수지분을 출자해 놓고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는 행태에 검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업 진출을 노리는 일부 회사에 대해 조달 자금의 내용을 사전에 조사하자 진출 계획을 바로 철회하는 사례도 있다”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서 미리 시그널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제주은행과 중앙종금의 인수합병 철회 사례와 △한스종금 영업정지 사례 등도 편법 M&A와 연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