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경제학]양신규/新경제(New Economy)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34분


‘신경제(New Economy)’란 용어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정보기술혁명에 따른 기업활동의 변화 및 그 거시경제적 함의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게 됐다. 이 용어는 1990년대 후반부터 클린턴―고어 행정부의 공식적인 용어가 됐고, 올해 4월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신경제와 디지털 격차(New Economy & Digital Divide)’라는 제목으로 꼬박 하루 걸리는 준학술대회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클린턴―고어의 집권 8년 동안 미국 경제는 역사상 최장기간의 경기확장을 기록했고 그 내용에서도 생산성위주 성장, 저인플레이션, 저실업, 막대한 재정흑자 등의 건실성을 과시했다. 더구나 1995년 멕시코 경제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10여 년 이상 계속되는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성장침체를 흡수하는 등 세계경제의 견인차 노릇까지 해 왔다.

◆노동력 90% 지식정보산업 종사◆

미국의 신경제 현상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미시적 거시적 경제 변화를 열거한다. 첫째, 기업활동과 노동과정에서 정보기술혁명의 진행에 따라 매우 심대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이 변화의 영향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이 상당기간 계속될 수 있다. 셋째, 신경제에 먼저 편입된 국가경제와 그렇지 못한 국가경제간에, 또한 국가경제 내에서는 먼저 편입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사이에서 심각한 정도의 빈부격차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를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 한다.

이 세 가지 측면 안에서도 여러 논점이 제시되고 있지만 한 두 가지만 정리해 본다. 우선은 생산 소비하는 재화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의식주 등 기본 생활을 위한 재화를 생산하는 데는 노동인력의 10% 미만이 종사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보 지식 문화 서비스 등의 산업에 종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노동자와 분리 가능한 토지 기계 등의 전통적 생산수단 대신 노동자와 분리 불가능한(inalienable) 지식 재능 네트워크 태도 등 새로운 생산수단의 중요성이 점증한다. 이 전망에 따르면 기업의 조직 소유 및 경영에 관한 근본적 재검토가 요구되고, 기초 및 대학교육 그리고 평생교육의 내용과 제도 역시 이런 추세에 대응해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재화의 성격과 관련된 두 번째의 근본적 논점은 네트워크 정보재화의 비중 증가에 따른 함의다. 네트워크 정보재화는 전통적인 희소재화와는 전혀 반대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할수록 내가 사용하는 재화의 가치도 증가한다. 이런 네트워크 정보재화의 비중 증가는 경제적 평등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평등의 가치만이 아니고 경제성장의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빈부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북구유럽의 나라들이 인터넷시대에 눈부신 성공을 보여주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또 세계적 차원에서도 빈곤퇴치는 인도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세계경제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된다.

또한 기업활동과 노동과정의 근본적 변화로 인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전망의 의미 역시 얼핏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심대하다. 19세기 영국은 연간 1%의 경제성장률로 세계의 공장이 됐고, 20세기의 미국은 연간 2.5% 정도의 성장률로 세계경제의 승자가 됐다.

◆사회전반에 새 패러다임 요구◆

만약 미국이 최근 보여 주고 있듯이 연간경제성장률 4% 남짓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면 경제규모가 18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및 군사적 패권과 관련해서 매우 중대한 함의가 있는 논점이다.

경제성장과 관련된 또 한 가지 중요한 논점은 정보기술혁명과 경제발전론의 결합문제다. 이는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아프리카 나라들이 선진국 및 한국, 대만 등이 산업화과정에서 거쳤던 굴뚝산업에 바탕한 노동 및 환경지옥 단계를 줄이거나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이것은 아직 산업화도 겪지 못한 인류의 3분의 2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신경제 현상은 경제학 경영학 등의 학문과 교육 및 정부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변화의 요구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21 세기 세계화돼 가는 경제사회의 도전에 올바로 대응해 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양신규(미국 뉴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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