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수탁고 20일새 10조원 급증, 상황바뀌면 재앙 될수도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투신사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투신사 입장에서는 단비가 되고, 고객으로선 짧은 기간이지만 연 7%가량의 이자를 챙길 수 있으니 얼핏보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이 바뀌면 공룡처럼 몸집이 불어난 MMF가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돈이 MMF로 몰린다〓6월말 24조5156억원이었던 25개 투신운용사 MMF 수탁고는 22일현재 34조3362억원으로 10조원이나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대우사태 이후 줄어들기만하던 투신 권 수탁고는 이달들어 8조원이상 증가.

곧 정식 판매될 투신 비과세펀드 예약분이 일시적으로 MMF에 둥지를 튼 까닭도 있지만 7월1일 시가평가제 전면실시에도 불구하고 MMF는 장부가평가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에 MMF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

▽정말 안전할까〓MMF는 확정금리를 보장하지 않는 실적배당상품. 금리변화나 편입채권 부실화에 따라 얼마든지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장부가평가를 받기 때문에 MMF에서 사놓은 채권이 실제로 매매될 때까지 기준가에는 변동이 없다.

예컨대 A라는 MMF가 편입한 채권은 금리가 올라도(채권값이 싸져도) 이 펀드에서 실제로 채권을 처분하기 전까지 기준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찾겠다는 MMF고객이 늘어나 채권을 손해보고 팔면 비로소 기준가가 낮아진다. 나중에 찾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 편입채권이 부도날 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은 MMF에 환매가 쇄도하고, 금리상승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기업 연쇄부도 사태가 벌어질 때 예상해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MMF에 돈을 넣으려면〓MMF에는 ‘신종’과 ‘클린’ 두 종류가 있다. 신종은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지만 클린은 한달이 지나야 돈을 찾을 수 있다. 신종에 편입되는 채권의 신용평가등급은 BBB―이상인 반면 클린은 신용등급 A―이상 채권만 사들일 수 있다. 따라서 1개월 이상 자금을 넣어둘 생각이면 우량채권만 편입할 수 있는 클린MMF를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

지나치게 수익만을 좇는 태도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연 수익률이 7%건, 8%건 몇 일 맡기는 거라면 큰 차이가 없기 때문. 한국펀드평가 장덕진이사는 “MMF를 포함한 펀드는 편입채권의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게 나오기 마련”이라며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고 충고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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