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전자 제소 배경]MJ도 가세 '現代 삼국지'

  • 입력 2000년 7월 25일 23시 39분


현대그룹 계열사와 현대의 '왕자’들은 이제 각각 갈라져 제 갈 길을 가는 것인가.

25일 불거진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간의 외자 상환 문제를 둘러싼 분쟁은 두 회사가 사실 자체에 대해 전혀 상이한 주장을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싸움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보다 큰 이유는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명예회장의 6남이자 현대중공업 고문인 정몽준(鄭夢準·MJ)의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진흙탕 싸움’에 가세했다는 점.

그동안 현대 내분은 '왕회장’의 5남인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차남인 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회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몽준의원은 한발 비켜서 있었고 오히려 다른 형제간 싸움의 중재자 역할로 비친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정몽헌회장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현대전자와 정면 충돌하게 되면서 '왕자의 난’은 한층 복잡한 구도로 전개됐다. 표면적으로는 계열사간 분쟁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정몽헌 정몽준 형제간의 감정 대립을 반영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는 또 '현대’라는 이름 아래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오던 현대 계열사들의 '호송선단식 경영’이 의미를 상실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과거 같으면 설사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왕회장’의 결정이나 '왕자’들간의 대화를 통해 조용히 해결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공식발표문을 통해 현대전자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현대전자가 이를 반박하고 나서는 등 이례적인 양상을 보였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이제 시장과 주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응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특수관계 계열사’간 문제라고 하더라도 시장에 비치는 자기 회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가 '형제간 다툼’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처럼 '시장의 힘’을 재인식하게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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