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편법 외자유치 실상]'전자'서 2억2천만달러 유치

  • 입력 2000년 7월 27일 19시 15분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의 분쟁사건은 자금조달이 급한 그룹계열사의 외자유치에 우량 계열사가 보증을 서준 대표적인 사례다.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사간 지급보증 관행 때문에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당시 대기업들은 주주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열사끼리 서로 도와주는 게 일종의 관행이어서 제2의 분쟁이 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주주와 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이 분쟁이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잇단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당시 현대측은 외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은 일종의 차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97년 7월은 IMF를 목전에 둔 상황. 현대전자가 자체신용으로 외자유치를 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때였다.

현대전자는 현대투신 주식 1300만주를 2억2000만달러에 캐나다 왕립상업은행(CIBC)에 팔면서 현대중공업과는 별도 풋백옵션(주식재매입청구권)계약을 맺었다. 당시 CIBC는 주당 1만8000원에 현대투신주식을 현대전자로부터 사들였다. 급하게 외자를 들여오다보니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97년에는 계열사 지급보증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었고 주주들이 목소리도 내기 어려웠다”며 “당시 외자를 유치한 상당수 회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한 편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팔루사펀드같은 외국계펀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자동차 편법지원과 현대중공업의 부실계열사 지급보증 등 재벌그룹의 자금지원 행태에 소송을 불사한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현대전자가 중공업을 끼면서 외자유치를 한 과정에서 간과한 것은 증시상황과 투신산업에 대해 너무나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는 것. 증시만 좋아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가정이 빗나가면서 문제가 커진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현대투신증권이 추진중인 AIG그룹 외자유치 건에 대해서도 의혹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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