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전사' 유한수-공병호씨 모두 떠났다

  • 입력 2000년 8월 1일 23시 41분


공병호(孔柄淏)전 자유기업원 원장의 벤처행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한수(兪翰樹)전무도 사의를 표명했다. 재계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대변해 오던 대표적인 두 ‘전사(戰士)’가 모두 ‘성(城)’을 벗어나 재계로서는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1일 “유전무가 최근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에게 10월까지 자신의 신변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유전무는 최근 벤처기업에서 함께 일해 보자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유전무는 이와 관련해 “전경련에서 이제 내가 적극적으로 할 일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올 연말경 전경련을 떠나겠다고 윗분께 말씀드렸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종 연구소나 대기업과 벤처에서 오라는 요청을 받고 있지만 연구소 등 한가한 자리로 가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유전무는 그동안 각종 TV토론 등에서 명쾌하고 분명한 어법으로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을 해와 공병호전원장이 떠난 자리를 지키는 ‘재계의 싸움닭’으로 인정받아 왔다.

대정부 관계 등에서 보여준 유전무의 이런 강경한 태도에 정부가 불쾌감을 표시해 왔고 전경련내에서도 곤혹스러워 한 적이 적지 않아 유전무가 곧 전경련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제기됐다.

재계에서는 유전무의 사의 표명 소식에 “학문적인 배경과 걸출한 입담까지 갖추고 재계 이익을 대변해 온 두 사람이 전경련을 떠나면 사실상 재계를 대변하는 두 ‘입’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공병호전원장은 3월 인터넷 허브사이트 운영업체인 인티즌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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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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