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 전명예회장을 포함한 3부자의 퇴진과 함께 연내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를 요구했다.
금융당국이 3부자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일부 가신그룹의 사퇴만을 주장해 왔으나 문책범위를 소유주에까지 확대시켰다. 이같은 3가지 요구사항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통해 구두로 전달됐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이날 현대측 고위인사와 만나 “자구계획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제시해줄 것과 현대자동차 계열분리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완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대측이 8월말까지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더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 “금주 내에 반드시 확정하라”고 촉구했다는 것. 이에 앞서 감독원의 서근우 심의관은 “3부자 퇴진없는 개혁은 무의미하다”면서 “정주영 정몽헌(鄭夢憲) 정몽구(鄭夢九) 세 회장이 물러나야만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현대측 관계자도 “채권단이 오너 퇴진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대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상당히 강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현대가 금주중에 계열분리와 책임있는 경영진 퇴진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자구계획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은 “현대가 금주중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자구안을 내놓아야할 것”이라며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의 요구로 현대측이 여러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정몽헌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새로 구성될 차기 내각이 재벌에 대해 더욱 비판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대를 위해서도 서둘러 마무리짓겠다”라고 말했다.
<이병기·최영해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