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위기]채권단 요구사항?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32분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은 현대건설이 서산농장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2000억원의 자구대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며 좀더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또 현대건설측이 아직 채권단에 처분위임하지 않은 현대상선(지분 22%) 지분도 매각대상 유가증권에 추가로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4일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따르면 현대측의 자구안 제출을 앞두고 채권단은 이미 제출한 자구계획 중 현실성이 낮거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안에 대한 선별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개선된 안이 제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조5000억원의 자구안 중 7000∼8000억원은 현실성이 낮은 항목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자구안 제출에는 이 부분에 대한 개선안이 제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이행 자체를 가장 의심하고 있는 것은 서산농장의 처분. 처분을 위해서는 용도변경이 선행과제지만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확보해야 할 자구대금으로 쓰기에는 무리라는 것.

또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1000억원 가량의 현대상선 지분은 정몽헌(鄭夢憲)회장이 현대전자 등 다른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는 일종의 지주회사 성격을 갖고 있어 현대측이 그동안 매각 대상 유가증권으로 내놓기를 꺼렸지만 이것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

이와 함께 현대측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교환사채(EB) 형태로 발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시기를 앞당기고 구체적인 인수대상자를 자구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 계열분리와 관련해 지분정리 외에 1조원 가량의 지급보증 문제가 연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하면서 당초 2003년까지로 되어 있던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를 연내로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방침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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