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2년]제일은행 웃고 외환은행 울고

  • 입력 2000년 8월 7일 18시 48분


‘13.72% : 9.38% ’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다. 시중은행의 상반기 경영실적이 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되면서 공개된 수치이다. 제일은행은 우량은행 수준이고 외환은행은 간신히 낙제점을 턱걸이한 형편이다.

두 은행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각각 10수조원대 부실채권을 내고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외국자본을 유치해 거듭나기 위한 노력중이다. 그러나 두 은행의 경영실적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외자유치의 내용과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유있는 제일은행▲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제일은행은 요즘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뉴브리지캐피탈이 한국정부와 워낙 '실속있게' 인수계약을 맺어 자금시장이 혼란에 빠진 올 상반기 1429억원의 흑자를 냈다. 매각협상이 시작된 98년 당시 10수조원대 부실채권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제일은행은 2년반동안 직원 7900명 가운데 2500여명을 명예퇴직시키고 가계금융 중심의 수익구조 재편작업 등 성실하게 자구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장부에도 없는 한보부실을 모두 반영해도' BIS 비율이 8%를 넘어섰지만 돌파구 마련에 고심중이다. 외환은행은 올 상반기 2977억원의 업무이익을 냈지만 충당금을 1500억원 가까이 쌓아야 순이익은 515억원에 그쳐야 했다.

▲제일은행 특혜논쟁▲

제일은행을 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부러움 반, 시샘 반' 이다.

외환 주택 국민은행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은 "한국 정부가 뉴브리지캐피탈에게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제일은행이 공적자금을 11조원 이상 투입받고 경영권을 넘겨받는 2000년 1월이후 2년간 추가로 발생하는 부실채권은 한국정부가 모두 책임진다 는 약속에 따라 대우부실채권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일은행의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400억원대. 비슷한 크기의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5∼8분의 1 수준이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금융당국을 방문한 코메르츠은행의 위르겐 레머씨도 '특혜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달러 한푼이 아쉽던 98년5월 한국 금융시장이 첫 투자를 결정한 것이 코메르츠은행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일은행측은 "특혜 운운하는 것은 어려웠던 시절을 잊었기 때문"이라며 여유있는 표정이다. 제일은행의 한 임원은 "뉴브리지 캐피탈이 '한국의 부실은행을 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 는 신뢰를 국제자본시장에 심어줘 가산금리를 최소한 2%P 정도 낮췄다"며 "1500억달러 규모의 외화차입금을 따져보면 2%인 30억달러(3조3000억원) 가량의 이자부담을 줄여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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