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도’는 네티즌이 사이트에 오래 머물고 자주 찾아오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 이 말은 미국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 쓰이는 로열티(Loyalty)를 직역해 쓰는 표현이다.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 업체들은 뜨내기 네티즌들이 아니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골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충성도 높이기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업체 직원들이 이런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데 대해 네티즌들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 한 네티즌은 “서비스업체가 고객에게 봉사를 해야지 고객이 업체에 무슨 충성을 하라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라는 용어도 적절치 못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사적 자원관리는 기업의 생산 판매 인사 등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최적화해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그 제품을 말한다.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이 원어로 ‘전사적 관리’라는 용어는 국내의 한 회사가 독일 본사에서 ERP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번역한 것이 그대로 굳어진 예. 전문가들은 차라리 원래 단어대로 ‘기업자원관리’ ‘업무통합관리’ 등 쉬운 말로 부르는 게 낫다고 지적한다.
또 고객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기술인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도 지금처럼 ‘고객관계관리’라는 어색한 용어보다는 그냥 ‘고객관리’라고 부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밖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라는 쓰기 편한 말이 있는데 굳이 ‘e―마켓플레이스’라는 영어식 표현을 쓰거나 ‘e―DBM(데이터베이스관리)’ 등 별로 필요가 없는데도 원래의 용어에 ‘e’를 무분별하게 붙이는 것도 문제다. 국립국어연구원 심재기(沈在箕) 원장은 “이런 현상은 외국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우리 실정에 맞는 이름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문자 그대로 직역해 쓰는 데 따른 것“이라며 “정보통신 전문가와 국어학자들이 모여 전문용어를 정리하거나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국어연구원은 외래어로 된 정보통신 용어에 대해 △홈쇼핑→안방 구매 △배너 광고→막대 광고 △업데이트→갱신 △벤치마킹→견주기, 컴퓨터 성능 시험 △클릭→딸깍 △메일 박스→편지함 △다운로드→내려받기 △포털 사이트→들머리 사이트 △업그레이드→상향(조정), 향상 △멀티미디어→복합 매체 △채팅→통신대화 △사이버→가상(공간) △벤처기업→개척기업 등의 대안을 권장하고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