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용어"도대체 무슨 뜻인지…"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09분


정보통신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들의 상당수가 사용하기에 부적절하거나 우리말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 업체들이 많이 쓰고 있는 ‘전사적 자원관리’ ‘고객관계관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

‘충성도’는 네티즌이 사이트에 오래 머물고 자주 찾아오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 이 말은 미국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 쓰이는 로열티(Loyalty)를 직역해 쓰는 표현이다.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 업체들은 뜨내기 네티즌들이 아니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골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충성도 높이기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업체 직원들이 이런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데 대해 네티즌들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 한 네티즌은 “서비스업체가 고객에게 봉사를 해야지 고객이 업체에 무슨 충성을 하라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라는 용어도 적절치 못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사적 자원관리는 기업의 생산 판매 인사 등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최적화해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그 제품을 말한다.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이 원어로 ‘전사적 관리’라는 용어는 국내의 한 회사가 독일 본사에서 ERP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번역한 것이 그대로 굳어진 예. 전문가들은 차라리 원래 단어대로 ‘기업자원관리’ ‘업무통합관리’ 등 쉬운 말로 부르는 게 낫다고 지적한다.

또 고객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기술인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도 지금처럼 ‘고객관계관리’라는 어색한 용어보다는 그냥 ‘고객관리’라고 부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밖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라는 쓰기 편한 말이 있는데 굳이 ‘e―마켓플레이스’라는 영어식 표현을 쓰거나 ‘e―DBM(데이터베이스관리)’ 등 별로 필요가 없는데도 원래의 용어에 ‘e’를 무분별하게 붙이는 것도 문제다. 국립국어연구원 심재기(沈在箕) 원장은 “이런 현상은 외국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우리 실정에 맞는 이름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문자 그대로 직역해 쓰는 데 따른 것“이라며 “정보통신 전문가와 국어학자들이 모여 전문용어를 정리하거나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국어연구원은 외래어로 된 정보통신 용어에 대해 △홈쇼핑→안방 구매 △배너 광고→막대 광고 △업데이트→갱신 △벤치마킹→견주기, 컴퓨터 성능 시험 △클릭→딸깍 △메일 박스→편지함 △다운로드→내려받기 △포털 사이트→들머리 사이트 △업그레이드→상향(조정), 향상 △멀티미디어→복합 매체 △채팅→통신대화 △사이버→가상(공간) △벤처기업→개척기업 등의 대안을 권장하고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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