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태어나 일본 교토(京都)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캐나다 환경청에서 컴퓨터공학자로 17년간 근무한 그가 낯선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노티브가 자랑하는 제품은 대용량 고해상도 영상처리용 특수 소프트웨어인 ‘플래시백 이미징 익스플로러(FIE)’. 세계적 제품인 ‘아도비 포토숍’이 84메가의 대용량 위성사진을 일반 PC로 화면에 읽어들이는 데 87초가 걸리는데 비해 불과 0.5초만에 작업을 끝내는 뛰어난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가 바로 레 부사장의 단독 작품이다.
캐나다 환경청 근무 시절 대용량 위성사진을 수없이 다뤄본 그는 슈퍼컴퓨터가 아닌 일반 PC로 대용량 영상자료를 손쉽게 볼 방법을 연구하다 FIE를 개발했다. 이후 캐나다에 회사를 차렸리고 열심히 뛰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미국의 벤처캐피털과 접촉했으나 지나치게 돈을 탐내는 행태에 거부감을 느낀 뒤 주로 국제 세미나에 제품을 소개하러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세미나 참석차 한국에 왔다가 캐나다에서 알고 지내던 한국인을 통해 현대종합상사 사장을 지낸 음용기씨(60)를 만나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회사가 이노티브. 이노티브는 올해 5월 레 부사장의 캐나다 회사를 인수합병(M&A)했다. 음씨는 CEO를, 레 부사장은 CTO를 각각 맡았다.
한국 베트남 캐나다 등 3개 국적의 직원 12명으로 구성된 이노티브는 이후 ‘쾌속 항해 중’이다. 정보통신부로부터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5월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및 캐나다 항공국, 삼성의료원 등 국내외 유명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이 유달리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태어난 나라 베트남을 위해서도 일하고 싶습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